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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이령 Jun 13. 2024

[프롤로그]시작하는 마음

어느 봄 날, 산책을 하면서 떠오른 생각들

솔직히 말하면 글쓰기를 하는 요즘 매일매일 내 안에 있는 것들을 쏟아내는 기분이다. 세상에 없던 이야기를 쓰고 싶고 허구의 것을 마치 있는 것처럼 지어내고 싶지만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은 단 한 줄도 쓸 수 없었다. 상상으로 덧붙일 때도 있었지만 조금 더 명확하게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생길 때는 다른 사람이 찍어 둔 사진과 영상을 찾아볼 때도 있었다.

어제는 도저히 새로운 것을 쓸 수 없어서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길을 나섰다. 태블릿과 키보드를 넣은 배낭을 메고 운동화를 단단히 신고 출퇴근하던 익숙한 길에서 방향을 틀어 낯선 길로 들어섰다. 목적지가 있었기에 스마트폰 지도 앱을 켰다. 낯선 소리를 듣고 싶어서 이어폰은 끼지 않았다. 청명한 봄날의 주말 아침이다. 고층 아파트에서 들을 수 없었던 새소리가 먼저 나를 반겨주었다.

봄은 생명력이 느껴지는 계절이다. 겨우내 죽은 듯 숨죽이고 있던 나무들이 몇 주 전 꽃봉오리를 터트리더니 오늘은 꽃잎을 흩뿌리며 여린 잎을 내고 있다. 사람들은 꽃을 찾아다니지만, 나는 꽃보다 연둣빛 여린 잎이 좋다. 여린 잎이 반사하는 봄 햇살을 구경하는 게 좋다. 시간이 지나 여름에 햇살을 많이 먹고 자란 나무가 내는 단단한 초록빛도 좋고, 가을에 엽록소가 만든 초록색의 옷을 벗고 알록달록한 본연의 색을 뽐내는 것도 좋다. 우리나라의 사계절이 아름다운 이유는 나무가 만든 계절의 색깔 때문이지 않을까?

나도 겨울나무처럼 숨죽은 듯 지냈던 지난 계절이 있다. 무엇이 될지 불투명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던 지난날 정답을 찾고 싶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원하던 답은 찾지 못했지만 가고 싶은 삶의 방향을 찾았고 아직 많이 흔들리지만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가을 나무처럼 나만의 색깔을 찾았을 때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울림 있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렇게 길을 걷고 또 걷다 보면 분명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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