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
하루 이틀 놀고 있는 것도 아닌데, 이제는 그냥 놀기는 스스로도 민망한지,
아니면
그만 놀 때가 다가오는지
노는 동안 박물관 미술관을 가보고 싶어 했다.
문화를 누리는 삶과는 조금 떨어진 집돌이의 삶을 꾸준히 지켜온 결과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은 생각보다 결단이 필요했다.
더군다나
화장실만 가려고 집안에서 몇 걸음만 걸어도 땀이 나는 이런 때에
어딜 간다는 것은
괘나 많은 결심이 모여 "오늘부터 다이어트"라는 결단 보다 더 높은 결단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결단했다!!
조금 타협은 했지만..
이촌에 있는 곳을 먼저 가보고 싶었지만
30분이라는 전철 간격과 2시간은 전철 안에 있어야 한다는 불편함이
결국 집에 남을 것 같아서
과천으로 먼저 운전해서 향했다.
[미술관 옆 동물원] 영화를 본 것 같지만 기억은 안 나고
그때는 이곳이 그곳인지도 몰랐지만
이곳을 찾기에는 그 만한 핑계도 충분히 좋아 보여서
운전하는 동안 날아가는 기름만큼 설렘이 채워지고 있었다.
주차하고 입구를 찾지만 가끔씩 와본 척 두리번 안 하고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다행히 셔틀에서 사람들이 내려서
일행인 것처럼 그들을 따라 입구까지 갈 수 있었다.
뭐가 어려운 일인가 하겠지만
평소의 나의 길치력이라면 분명..엉뚱한 곳을 먼저 향해 갔을 테니
주차 자리가 없어서 헤맨 것이 럭키비키!!
1층엔 젊은 작가 공간이었다.
젊다는 것은 어려운 것 같다.
내가 그들의 나이였다면 조금 더 쉬웠을지 모를
그들의 작품을 바라보며 살펴보며 들어보며
이해하려 하지 않는 고집과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나는 더 이상 젊은 것이 아니란 사실을 직면하고 있었다.
빙글빙글 이어진 경사를 올라 다음 장소에 도착하니
그곳은 과거로 이어져 있었다.
근현대와 조선의 작품들이 과거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미래로 다시 과거로 이어져 있었다.
시대가 주는 주제에 따라 그려지고 남겨진 것들을
따라 걸었다.
다른 사람이 같은 주제를 이야기하고
같은 사람이 다른 주제를 이야기하는
그 공간을 따라 걷다 보니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 나의 여름이
왠지 가벼워 보였다.
나의 삶이 가볍고 단출해 보였다.
백지를 채울 것이 없어 보였다.
스스로 자신의 얼굴을 그릴 자신도 없었다.
출구를 나서고야
발걸음에 힘이 들어갔다.
가벼운 삶에 현실이 채워지고 있었다.
무거워지는 발걸음으로
다른 공간을 걸어본다.
과거도 미래도
늙음과 젊은도
아닌
현재와 지금을
말하는 것 같은 공간.
신기하게도
수많은 유명한 그림들 사이에서
동그랗게 이어진 이 공간이
제일 좋았다.
현재를 사는 것이란
그런 것인가 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지금 좋은 게 제일 좋은 것.
눈치껏 들어간 입구를 등을 지고 나오면서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삶을
다른 이의 삶에서
바라볼 기회를 더 많이 가지고 싶다는
약속을 하며 아까보다 더 뜨거운 태양 아래를 향해 걸었다.
#좋다_마음에 드는 상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