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아는 한 가지 마음속 단어_27

좌절하다

by 맑은날의 무지개

멈출 것 같지 않던 피는

안절부절못하며

끝나지 않는 비명 속에

끝나버렸다.

진짜 걱정은 일이 터지고 나서가 아니다

나의 손톱은 나를 괴롭히는 1등 공신이다.

어느 한 곳을

가만두지 않고

그 날카로움을 보인다.

손톱 밑에 가득 쌓은 검붉은 덩어리는

그간의 괴롭힘을 보여주고 있다.

나의 가장 약한 부분

나의 가장 연한 부분

눈도 없는 나의 손톱은

비닐에 넣어 땅에 묻는 고기도 찾아내는 개들처럼

기어코 찾아내서

뜯어낸다.

겨우내 얼은 수도관이 햇살에 녹아내리는 것처럼

쪼르륵 흐르면 좋을 텐데

겨우내 얼은 수도관이 기어코 터져 갈 곳이 막혀있던 수돗물이

괄괄 뿜어 나오듯

내 안의 붉은 것은 멈출 줄 모르고 터져 나온다.

멈추고 싶은 생각도 없다.

터져버린 것을 그저 바라보고 싶다.

고스란히 전해지는

피부의 비명이 여름이면 늘 듣던 에어컨 소리처럼

익숙해진다.

붉은 태양만큼 붉어진 몸에는

붉은 액체로 붉다 하기에 모자란 부분을 칠한다.


기어코 멈추는 시간,

결국 끝나버린 시간.

터져버린 수도관도

그 쓰임을 고치기도 전에

사용을 멈추었다.

붉게 퍼져가던 시간도

내 온몸을 다 젖히기도 전에

멈추고 말았다.

찐득한 검붉은 덩어리가

손톱 밑에서 그 운명을 이어간다.

결국 멈춘 것.

그 모든 걱정이 다 빠져나간 뒤

결국 멈추고 말았다.



#좌절하다_마음이나 기운이 꺾여 낙심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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