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하다
정말 많이 자고 있다.
빨간 날이 끝나고 다시 검은 날들이 밀려와
늘어지게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면
꼭 이번 주를 떠올려야겠다. 싶을 정도로 잠을 계속 자고 있다.
'어디 아픈 건 아닌가..? ' 싶다가도 이 정도 자고 나면 웬만치 아픈 것도
회복이 되었을 것 같기도 해서 그러려니 하고 있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히터도 전기장판도
그 어떤 것에도 도움받지 않고
체온과 이불만으로 잠들 수 있는 계절
그렇기 때문에 더 잠을 많이 자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직 나의 체온만으로 잠을 이루고 있다.
오직 나의 몸으로만 버티던 날들도 있었다.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할 수 없는 것은 늘어갔다.
돌아보면
멈추어가는 몸보다
멈춰지고 있는 삶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욱 힘든 일이었던 것 같다.
몇 번을 반복하고 나니
그 또한 익숙해지고
몇 번을 지나고 나니
그 또한 무뎌지고 있었지만
두려움은 신기하게도
그게 그거 같은 비슷한 옷이 가득한 옷장에
신상이라며
또다시 그게 그거 같은 새로운 옷을 채우는 것처럼
매번 새롭게 다가왔다.
연휴 내내
자고 일어나 깨어있던
몇 시간 안되는 그 순간에
여름 옷을 집어넣고 가을 옷을 꺼내었다.
더위가 오기 전에 미리 넣어두었던
그 옷들이
더위가 가자마자 서둘러 나오고 있다.
추위가 들어서면 이 중 몇 개는 다시금 들어갈 거고
추위가 가시기 시작하면
익숙한 듯 나오기 시작할 거다.
"반복"
두려움도 반복된다.
같은 옷을 꺼내듯 같은 걱정이 꺼내지고
같은 자리에 두려움이 자리한다.
몇 번 입지도 못하고 다시금 옷장에
넣어야 하는 특히 좋아하는 옷에 대한 아쉬움을 안겨주는
지나가는 계절처럼
두려움과 통증은
어느덧 내 몸을 잡아먹고 나면 지나가버린다.
그저 반복되는 것이다.
이번 봄에 조금만 살 빼면 입어야지 하던
딱 맞아서
밥을 배불리 먹을 수 없게 만드는 바지를
다시 꺼냈다.
반복되는 시간 속에
달라지는 것은 늘 있다.
아직 배불리 먹을 수는 없겠지만
옷장에 다시 넣기 전에
그 바지를 입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때가 오기를
이처럼
원하는 것을 이루는 날이 되기를
바라본다.
#희망하다_어떤 일을 이루거나 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