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아는 한 가지 마음속 단어_31

지나가다

by 맑은날의 무지개


손저나기가 고장 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알람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을 무시하고 사용했더니 알람 소리는 고쳐지고

화면이 안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드문드문 보이는 현상이고 잠금을 풀면 사용에 문제가 없어서 역시나 무시하고 사용했더니

화가 난 모양입니다.


이제는 잠금을 풀어도 자주 화면이 꺼지더니 약을 올리듯

화면이 꺼졌다 켜졌다 꺼졌다 켜졌다 하더니

지금은 켜지는 시간보다 꺼지는 시간이 더 늘어나서 손만 대면 꺼지고 있습니다.

화면이 켜지고 가만히 있으면 그대로이지만 뭐라도 보려고 하면 화면만 꺼지고 터치는 돼서 더 못 건드리고 있습니다.

마치 숨바꼭질의 대가 혹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대가를 보는 것 같습니다.


관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은 것 하나라고 넘길 수 있지만 표시한 신호들이 서로 간에 있었을 것이고

다른 한쪽이 그 신호를 무시하고 "나는 괜찮아."라며 다를 것 없이 대응했다면

다른 신호를 보내거나 아예 고장 나 버리겠죠.

[무시]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그렇지,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일 수도 있고 혹은 외면하는 경우도 있고

또는 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못 본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신호를 보내고 있던 쪽은 내가 그 신호를 인식하기 전부터 힘들었다는 거죠.

그게 제일 속이 상합니다.


저는 기계의 자정작용을 믿습니다.

기계도 쉬어야 한다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은 전원을 끄고 같이 잠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알람 소리가 고쳐졌을 때, 역시 나의 신념은 틀리지 않았어!! 라며 자만했던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프다는 나를 좀 보라는 표현을 실컷 무시하고는 스스로를 칭찬하는 꼴이라니, 부끄럽습니다.

더 티를 내고서야 저는 알아챘지만

다행히도 아직 못 쓸 정도로 고장 난 것은 아닌 것 같아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다만 아까 말했듯이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도 터치는 계속되어서 무언가를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까는 화면이 하도 안 켜져서 측면 버튼만 연신 누르다가 119에 전화할 뻔했습니다.


제가 잘 때도 깨어서 일을 해야 했던 저나기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힘들다 말하고 힘이 다 빠져 빨간불이 들어와도 충전기만 꼽아대던 주인 놈이

미울까요?

이 저나기를 살 때, 그간 중고폰만 사서 몇 개월 사용하고 다시 중고폰으로 바꾸던 생활에서

처음으로는 아니지만 무척 오랜만에 새것을 샀습니다.

너무나 원하던 것이었고 그래서 쉽게 손에서 떠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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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보냈습니다.

미련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보내야 하는 것도 어쩔 수 없습니다.

지나가 버린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금.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제 첫 자동차입니다.

스파크로 이름을 바꾸기 전, 거의 마지막으로 불리던 마티즈.

"마티즈"라는 이름이 지금 너무 어색해서 그 이름이 맞나 다시 확인을 할 뻔했습니다.

첫날, 교회 동생의 결혼식이 여의도에 있어서 처음으로 운전해서 인천에서 여의도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혼자 주차장 옆을 긁고 왔습니다.

1시간이면 돌아올 길을 얼마나 걸렸는지 또 땀은 얼마나 흘렸는지, 그때의 감정이 떠올라

다시 머리가 아파집니다.

무난한 시작은 아니었지만, 8년을 같이 지냈고 1년의 대략 2만 킬로를 탔습니다.

정비도 꼬박꼬박 세차도 꼬박꼬박

그래도 결국 떠나보냈습니다.

마무리는 아쉬움 마음이 있어서 지금도 미안한 마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시간을 다시 돌릴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마티즈를 다시 구해서 탈 수도 없습니다.

블랙베리는 몇 번을 그 반복을 했던 걸 보면, 구매 비용의 차이 같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다고 말을 안 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은 잊힙니다.

많이 그립고 되돌리고 싶고 기회만 있다면 다른 선택을 하겠지만

결국은 끝이 옵니다.

보내지 못한 마음이 제게는 아직 너무 많이 남아있어서 물건을 하나 버리는 것도

추억을 기억을 하나 비우는 것도

매우 힘든 일이지만 결국은 그렇다고 합니다.


지금은 새 핸드폰으로 바꾼 지 반년 정도 지났습니다.

대단히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불편함은 하나도 없습니다.

어쩔 수 없는 변화이지만

설렘 자리에 편안함을 채워 넣었지만, 그저 그렇게 된 것입니다.


설렘 자리에 그리움을 채워 넣어, 오늘을 마무리합니다.

그리운 시간입니다.

많은 시간이.


& 5월에 남겨둔 길에 11월에 이어 씁니다.

& 작년 또 한 번 남겨둔 시간을 1년 지나 다시 꺼내봅니다.


그사이 다시 플립이 생겼습니다.

행복합니다. 히히



#지나가다_시간이 흘러가서 그 시기에서 벗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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