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하다
달은 차오르고 밤은 깊어간다.
어둠은 진해지고 겨울이 다가온다.
어느덧 십일월,
생명이 다시 살기위해 남은 생명이 죽어가는 시간이 오고 있다.
어제는 아니 그제는 달이 정말 커 보였다.
그 크기만큼 밝았다.
나란히 서있는 가로등 불빛보다
줄줄이 서있는 신호등 불빛보다
더욱 많이 밝았다.
무엇도 숨을 수 없었고
어느 것도 가려지지 않을 만큼
크고 밝았던 달이 홀로 자리하고 있었다.
초록빛을 잃어가는 나무에게
무거워지는 강물에게
단단해져 가는 땅에게
그들이 겨울을 맞이하는 시간을
잠시 멈춰주는 것 같았다.
그 크고도 밝은 달빛 아래에서는
세상 무엇도 잠시 멈출 수 있을 것 같았다.
달빛 아래 서서 하늘을 보니
나 역시도 멈추어 있었다.
뜨거움도 차가움도
미련도 아픔도
기쁨도 열망도
나의 모든 것이
그토록 밝은 달 아래 멈추어 있었다.
눈물이 흘렸다.
밤아래 숨어있던 모든 것이 달빛 아래 있건만
나만을 위한 불빛인 듯
그 안에 서서 모든 것이 멈춘 순간에
눈물이 흘렸다.
눈을 젖히고 볼을 지나서 입술을 머금고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뜨끈미지근한
그것은 나를 떠나 바닥으로 떨어져 나갔다.
내 것이 아니게 되었다.
나뭇잎이 따라 떨어졌다.
멈추었던 바람이 다시 불어왔다.
머리 위에 있던 달은 죽을 힘을 다해 뛰어도 닿을 것 같지 않은
머리 위에 머리 위에 머리 위로 올라섰다.
밤아래 다시 숨는 것들이
숨을 죽이며 제 모습을 감추려 부스럭 거린다.
모든 것은 그 자리에 있지만
죽어가는 시간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다시 태어나기 위해 죽어가는 시간이
다시 돌아가고 있다.
달이 지고 있다.
밤은 여전히 깊다.
#상실하다_어떤 것을 아주 잃거나 사라지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