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아는 한 가지 마음속 단어_30

상실하다

by 맑은날의 무지개

달은 차오르고 밤은 깊어간다.

어둠은 진해지고 겨울이 다가온다.

어느덧 십일월,

생명이 다시 살기위해 남은 생명이 죽어가는 시간이 오고 있다.

어제는 아니 그제는 달이 정말 커 보였다.

그 크기만큼 밝았다.

나란히 서있는 가로등 불빛보다

줄줄이 서있는 신호등 불빛보다

더욱 많이 밝았다.

무엇도 숨을 수 없었고

어느 것도 가려지지 않을 만큼

크고 밝았던 달이 홀로 자리하고 있었다.

초록빛을 잃어가는 나무에게

무거워지는 강물에게

단단해져 가는 땅에게

그들이 겨울을 맞이하는 시간을

잠시 멈춰주는 것 같았다.

그 크고도 밝은 달빛 아래에서는

세상 무엇도 잠시 멈출 수 있을 것 같았다.

달빛 아래 서서 하늘을 보니

나 역시도 멈추어 있었다.

뜨거움도 차가움도

미련도 아픔도

기쁨도 열망도

나의 모든 것이

그토록 밝은 달 아래 멈추어 있었다.

눈물이 흘렸다.

밤아래 숨어있던 모든 것이 달빛 아래 있건만

나만을 위한 불빛인 듯

그 안에 서서 모든 것이 멈춘 순간에

눈물이 흘렸다.

눈을 젖히고 볼을 지나서 입술을 머금고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뜨끈미지근한

그것은 나를 떠나 바닥으로 떨어져 나갔다.

내 것이 아니게 되었다.

나뭇잎이 따라 떨어졌다.

멈추었던 바람이 다시 불어왔다.

머리 위에 있던 달은 죽을 힘을 다해 뛰어도 닿을 것 같지 않은

머리 위에 머리 위에 머리 위로 올라섰다.

밤아래 다시 숨는 것들이

숨을 죽이며 제 모습을 감추려 부스럭 거린다.

모든 것은 그 자리에 있지만

죽어가는 시간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다시 태어나기 위해 죽어가는 시간이

다시 돌아가고 있다.

달이 지고 있다.

밤은 여전히 깊다.




#상실하다_어떤 것을 아주 잃거나 사라지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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