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하다
12월도 이제 한 주 정도가 남았다.
회사에서 주간업무일지라는 것을 작성한다.
정말이지 그걸 작성하고 있노라면 이렇게 일하고 돈을 받아도 되는 것인가 하는
망설임과 뻔뻔함이 공존하기 시작하는데
언제나 뻔뻔함이 결국 승리한다.
참 다행이다. 싶었다.
그 정도 뻔뻔함은 가지고 있어서.
복지 기관에서 처음 일했던 날, 그곳은 주간도 아닌 일간을 써야 했고
그 한 장을 써 내려 갈때마다 하루를 마감한다는 보람보다 멈 짓 하는 손가락에 더 많은
감정을 실어야 했고 그로 인해
망설임과 뻔뻔함에서
망설임이 승리하던 시절이라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
벌써 몇 년이 지난 일이고 그곳은 더는 존재하는 것 같지 않아 보이는데
머릿속 기억은 내 자리
같이 일하던 사람
내 전 사람에 대한 평가
며칠을 몰랐던 옆 사람이 중국어를 무척 잘했던 이유
지하주차장에서 5층까지 올라가던 순간의 긴장감과
저녁때 다시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안도감
체념하던 모습들과 눈치 보던 사람들
숨어서 혼자 먹던 점심과 애써 웃던 나의 마음
그것들이 아직 망설임 안에 남아있다.
나이보다 연하던 나의 마음은 실수를 돌판에 새겨
가슴을 매일매일 무겁게 만들었고,
무거워진 가슴은 결국 나를 일어설 수 없게 만들었다.
망설임이란 이처럼 무서운 것.
지금은 나이만큼은 단단해진 혹은 나이보다 조금은 연한 마음을 가진
대체로 뻔뻔하게 버틸 수 있는 어른이 되어갔다.
여전히 실수는 하지만 숨길 줄도 알고
여전히 실수는 해도 화이트보드에 새겨
슥~ 지우면 지워진다.
특히나 주간업무일지를 작성할 때 가장 뻔뻔해지는데
눈 딱 감고 빈칸이 적당히 채워지면 제출해버리는데
망설임으로 살던 때, 두근두근하던 전과 달리
결재 후 다시 돌아올 때까지 잊고 사는 것 보면 뻔뻔함으로 살아가고 있음도
결재를 받는 것 같다.
더 뻔뻔해지고 싶다.
더 뻔뻔해질꺼다.
더 뻔뻔해져야 한다.
망설임으로 얻어낸 것은 없다.
뻔뻔함으로 얻어낸 것이 내 것이다.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뻔뻔하다_부끄러운 짓을 하고도 염치없이 태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