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다
어제는 하루 종일 집에 있던 날, 눈이 온다는 핑계로 멍이들 산책을 모른 척해도
죄책감이 없는 날.
휴일에 맞이하는 눈은 온전히 행복하게 만든다.
그런 줄 알았다..밤이 오기 전까지.
23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책상 뒤편으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것 같은 소리라서
티비나 집 밖에서 나는 소리인 줄 알았다.
혹시 몰라 뒤를 돌아보니
천장에서 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벽을 타고 흐르는 것도 아니고
천장 어디쯤
수도꼭지가 생긴 것처럼 천장에서 물이 틀어져 있었다.
그 자리는 조금 구석지고 애매해서 책장을 하나 놓고
좌식의자와 있어 보이게 한 줄로 책을 쭉 쌓아놓은 곳이었고
정확하게 책 위로 물이 흐르고 있었다.
독서보다는 독서를 할 수 있는 자리라는 마음의 안정을 위한 곳이라
책도 반듯 반듯한 새 책들이었는데..한 밤중의 습격을 당했다.
졸린 눈을 다시금 번쩍 뜨고 위층으로 올라갔는데............
위층은 더 난리였다. ==;;
결론은 지붕.
그러쿵 저러쿵 하는 사이에 수도꼭지는 힘껏 잠겨
똑 똑 똑똑똑 정도로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양동이 몇 개를 놓고 나니
잠들기에 어울리는 소리처럼 들렸다.
빗소리를 들으면 텐트 안에서 잠드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어수선한 집안은
불을 끄면
눈을 감으면 안 보이니
똑 똑 똑
울리는 물소리에 잠이 들어갔다.
다행히 아침에는 떨어지던 물이 멈추었다.
밤사이 떨어진 양도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
약속이 있어 집을 나서는데
안방을 난리통으로 만든 눈이
여전히 산을 덮고 나무를 덮고 길을 덮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지난밤의 걱정은 한 줌으로 모아지고
눈에 보이는 하얀 세상을 담아내고 있었다.
안에 있으면 볼 수 없는 것들을
안에 있으면 걱정인 것들이
밖에 서면 눈에 보이는 것들이
밖에 서면 감동을 주고 있었다.
나는 삶을 어떤 곳에서 바라보는지 생각했다.
내 안의 문제를 꺼내고 꺼내서
난리통으로 만드는 것인지,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시선으로
이루어야 할 것을 꺼내어 나를 만들어 갈 것인지
어느 쪽에서 바라보고 있는지 생각했다.
아름다웠다.
밖에서 바라보는 나도 아름답다 말할 수 있기를
아름답다
안에서 바라보는 나도 아름다울 수 있기를
어젯밤의 흔적을 바라보면
물난리와 함께 떨어진 유성들에게 바라는 밤이다.
#아름답다_감탄을 느끼게 하거나 감동을 줄 만큼 훌륭하고 갸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