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하다
오전 10시부터 꼬르륵거리던 배는 11시에는 아프기 시작하더니
정작 12시 점심시간이 되면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잠잠해져있다.
나의 3월도 마찬가지다.
처음 논 것도 아닌데 2월 한 달은 놀면서도
불안하고 급박하고 조급하고 안절부절못하더니
기어코 뜬 눈으로 맞이한 3월이 되니
모든 것에 눈을 감은 듯
그저 시간이 흐르고만 있다.
흔들리는 배에서 움츠리고 있는 것이 할 일이듯
잠잠해지는 바다에선 몸을 일으키는 것이 할 일이듯
그저 시간이 흐르는 시간에서
그냥 할 일을 맞혀서 하면 된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움직이고
덜 자고 덜 보고
나의 할 일,
할 수 있는 일.
나의 자리를 찾는 일.
산책길에
고개를 들어보니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고개를 들어야 볼 수 있는 순간,
지금 가질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있는 순간.
#자리하다_일정한 공간을 차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