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몸과 마음과 정신을 치유하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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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에 들어설 때 바깥세상에서 받은
중압감과 부담을 내려놓아야 한다.
집은 우리에게 영혼의 안식처,
감각의 피난처를 제공해야 한다.
- 제인 알렉산더 (영국 작가)
어젯밤, 남편이 내게 외롭다고 말했다. 남편의 몸과 마음에 이상이 발생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놀라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히고 최대한 편안하게 물었다.
"오빠, 최근 마음 쓰이는 일이 있었어요? 현재 상태가 어떠해요? 최상의 상태가 100점이라고 한다면 지금은 몇 점 정도라 생각해요?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내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질문을 해주고 이야기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고 남편은 말했다.
"당신은 늘 바빠. 집에 와서 함께 저녁을 먹을 때도 고민 많은 얼굴로 앉아서 내 이야기는 대충 듣고 말이야. "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에 참가사 영입이 잘 안 되어 힘들어한다는 것도,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일은 진행되어야 했지만 무작정 팀원들에게 말하지 못하고 있는 내 상황을 알기에 집에서 혼자 멍 때리거나 말이 적어도 이해했다고 했다. 서로 나눠서 하던, 요리, 청소, 빨래, 재활용 분리수거 및 각종 집안 대소사도 자신이 먼저 챙기며 나를 배려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 기간이 길어지면서 남편은 불만이 쌓인 것이었다.
"마치, 당신이 하는 일만 어렵고 힘든 것처럼 행동하고 말이야. 내가 이야기할 때는 대충 듣고 말하고, 양가 부모님 이야기하려 하면 표정부터 싹 바뀌면서 귀찮은 티를 막 내고…
자기가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은 그냥 쉽게 되는 것처럼 대하는 당신의 마음 씀씀이에 실망이 되더라. 무엇보다 우리 관계에서 나 혼자 노력하고 신경 쓰는 것 같아 외롭더라."
남편의 외로움의 근원이 나였다는 것에 미안했다. 남편과 대화하면서 집에서의 내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새로운 회사로 옮긴 지 7개월, 그동안 나는 새로운 업무와 관계에 오로지 신경이 집중되어있었다. 이직한 곳에서 실적을 내야 한다는 중압감과 부담을 집까지 끌고 왔다. 그렇다고 집에서 영업을 위해 새로운 방법이나 시도를 고민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늘 머리와 마음은 일에 대한 부담감으로 가득했었다. 그 부담감은 나의 다른 개인 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주기적으로 작성하던 글도 드문드문해졌고, 틈새 산책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외부의 중압감과 내부의 욕구 사이 균형을 맞춰주던 습관 패턴이 깨어지면서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는 물론이고 남편과의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온 것이다. '현관에 들어설 때 바깥세상에서 받은 중압감과 부담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문장을 보면서 집에 일을 들고는 가겠지만, 회사에서 받은 중압감과 부담은 내려놓을 수 있도록 새로운 패턴을 하나 만들어 시도하겠다고 결심해본다.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를 타지 않고 짧게 걷는다거나, 퇴근길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가면서 외부의 중압감과 거리를 둘 수 있도록 몸과 마음에 예열을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