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퇴사를 앞둔 후배와의 저녁을 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후배에게 내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없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일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공유되는 부분이 많지 않았기에 기대감을 가지고 대답을 기다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좋아서, 목적 없이 좋아해서 하는 것에 시간을 더 보셨으면 좋겠어요."
모두들 변화해야 한다, 성장해야 한다, 이 부분을 더 강화하면 좋겠다 등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생산적인 활동을 권하는데, 그냥 좋아서 하는 소비적 활동을 권하는 후배의 말이 남다르게 다가왔습니다.
"회사에서 늘 효율적으로 생산적이며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려 하시고, 어떻게든 해내려 하는 모습만 많이 봐서 그런가 봐요. ㅎㅎ"
후배의 이야기를 들으며 일하는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뭐든 열심히, 잘하려 애쓰는 제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그 행동을 야기한 마음이 긍정성도 있었지만, 찬찬히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뭔가를 중단하는 것에 두려움 그리고 포기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컸었더라고요. '중단'이나 '포기'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인상을 바꿔준 좋은 기사를 발견해 공유합니다. 특히, '중단 경력'이라는 표현은 인상에 남더라고요. 더 버틸까, 그만둘까, 고민이 많은 상황에 있는 분이거나, 어떤 기준으로 그만두는 시점을 정해야 할지 또는 저처럼 중단이나 포기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꼭 함께 보았으면 하는 마음에 김지수 작가님이 ‘큇 Quit’의 저자이자 의사결정 전문가 애니 듀크남을 인터뷰한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처) 조선일보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그만둬도 괜찮다... ‘끈기’ 보다 ‘끊기’가 당신을 구원한다” 애니 듀크
https://biz.chosun.com/topics/kjs_interstellar/2023/02/18/22CVTGXEK5CMRJWJ7LNPOB3BOI/
-’큇 QUIT’이란 무엇입니까?
“‘큇 QUIT’은 어떤 일을 멈추는 것입니다. 동시에 그만두는 데서 그치지 않고 경로를 바꾸는 것이기도 하지요.”
-인내 없음, 조급함, 변덕스러운 충동과는 어떻게 구별되지요?
“충동적으로 그만두는 것은 선택의 기준이 ‘지금 내가 하는 일의 가치’에 있지 않습니다. 쉽게 흥미를 잃거나 게으른 ‘기질’ 탓이죠. ‘큇’은 최적의 의사결정 스킬입니다. 그만두는 것으로 얻어진 시간과 노력을 더욱 가치 있는 일에 활용하는 적극적 행위입니다.”
-’끊기’는 더 나은 일에 집중하기 위한 일종의 정리의 기술인가요?
“그렇습니다. 물론 인내와 ‘그릿(Grit 투지)’은 이루기 어렵고 가치 있는 일을 계속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때때로 유해해요. 매몰 비용에 빠지기 시작하면 현실적으로 이루기 어렵고 가치를 다한 일인데도 손을 떼지 못하거든요. 어떤 일을 하든 인내를 가지고 계속해야 할 때와 그만두어야 할 때를 아는 건 중요합니다”
-하지만 ‘포기의 시점’을 안다는 게 어떻게 가능한가요?
“정확히는 아무도 모릅니다. 일례로 뉴욕의 택시 기사 2,000명의 운행 일지를 분석한 결과 기사들은 손님이 많을 때 너무 일찍 운행을 중지하고, 없을 때 너무 오래 버티는 패턴 때문에 8~15% 비율로 손님을 놓쳤어요. 그럼에도 불안할 때 버티는 습관을 바꾸기 힘들어했죠. 우리도 살면서 이렇게 비합리적으로 너무 오래 버티거나 너무 빨리 그만두는 실수를 자주 저지릅니다.
그만둘까, 계속할까는 사실 심리전입니다. 스티븐 래빗이라는 사회학자가 어려운 선택 상황에서 동전을 던져 ‘그만둘까’와 ‘계속할까’를 결정한 사람들의 만족도를 조사한 적이 있어요. 결과를 보면 그만둔 사람들의 만족도가 훨씬 높았습니다. 그 실험이 말하는 핵심은 이겁니다. 비슷한 비중으로 고민될 때는 그만두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것.”
-사람들은 왜 그토록 그만두는 결정을 힘들어할까요? 저 또한 매 순간 그만두는 것의 리스크를 가정하고 감당하는 것이 힘들어서 익숙함에 안주해온 사람 중 한 명입니다만.
“무엇보단 우리는 ‘중단’ 혹은 ‘포기’라는 단어에 패배감을 떠올립니다. 몸과 마음이 부서져도 스스로 끝내는 건 못난 짓이라는 집단 강박에 사로잡혀 있달까요. 그만두기는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부정적인 범주에 갇혀 있었죠. 그렇게 불행한 결혼, 탈진한 직장 생활, 부상당한 선수의 시간이 이어지죠. 타인에게 받을 비난을 상상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면서요.
우리의 본성이 쉽게 그만두지 못하도록 유도한다면, 적어도 ‘그만두기’와 ‘계속하기’에 대한 기댓값이라도 객관화할 수 있어야 하는데, 선택의 이해득실을 저울질하는 건 더 혼란스럽습니다.”
-제 얘기를 해보지요. 얼마 전 저는 오랫동안 일했던 정든 회사를 떠났습니다. ‘후회의 재발견’이라는 책을 쓴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를 인터뷰한 후, 그가 제시한 ‘대담성 후회’를 최적화하기 위해서였죠. 제가 “성장과 모험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라는 고민을 털어놨을 때, 10명 중 9명은 ‘그만두기’를 만류하더군요. 50대 가장이 튼튼한 조직을 떠나는 일은 위험하다는 거죠. 사랑하는 친구들의 충고를 거스르기 어려웠지만, 제 안의 목소리를 거부할 수 없었고, 그로 인해 오히려 더 많은 준비를 할 수 있었어요. 만약 제가 당신에게 위와 같은 고민을 털어놓고 의견을 구했다면, 어떤 충고를 했을까요?
“무엇보다 저는 먼저 “지금까지 다니던 직장에서 자기 일에 얼마나 오랫동안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꼈습니까?”라고 물어봤을 겁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3개월 동안 만족감을 느꼈다면, 나는 그 3개월 사이에 당신에게 ‘그만두라’고 말하는 신호는 어떤 게 있었는지 물었을 거예요. 그다음에 ‘중단 기준’을 함께 작성했을 겁니다.
중단 기준은 중요해요. 일을 중단하거나, 프로젝트 목표를 바꿀 때 손실을 줄이기 위한 기준을 뜻하죠. 그 중단 기준을 위해 묻겠지요. “직장을 그만두기 전에 어느 정도의 경제적 여유가 있습니까?” “그만두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있습니까?”
최종적으로는 “직장을 계속 다닐 경우, 1년 후에 당신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 1년 후에 당신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두 상황에 따른 행복과 삶의 만족도를 비교해 본 다음 결정하라고 조언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인생 경기장에서 꺾이지 않는 마음과 포기하는 마음이 어떻게 서로를 일으킬 수 있을지 조언을 부탁합니다. 한국에서는 한창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 유행했거든요.
“일단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은 정말 멋있군요. 저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낍니다. 가령 포커 대회에서 결승전에 올랐다고 쳐보지요. 몇 번 실수하거나 운이 없어서 칩을 많이 잃었다 해도 저는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승부욕, 우승이라는 명예, 상금이라는 포상을 위해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을 되새겼을 거예요.
하지만 이런 특수 상황이 아니라, ‘가치가 없는 일’에 매달리면서 마음이 꺾이지 않으려 애쓰는 건, 도움이 되지 않아요. 성공은 어떤 일을 단순히 계속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가치 있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가치 없는 일은 최대한 빠르게 그만둬야 해요.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돼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