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모타 이누히코의 소설 <계엄>은 아주 낯선 시선으로 한국 군사정권 시절의 풍경을 비춥니다.
1980년대 초, 건국대 사범대학에서 외국인 교사로 체류한 일본인 세노 아키오. 그는 ‘외국인’이라는 경계인의 위치에서, 한국 사회의 억압과 균열, 사람들의 생존 방식, 침묵과 저항의 언어를 하나하나 관찰해 나가죠. 이 소설의 작가인 요모타 이누히코는 일본의 대표적 비평가이자 영화학자, 문화사학자이며, 아시아의 근현대사를 깊이 탐구해 왔다고 해요. 그는 한국 사회를 단순히 외부자의 시선으로 소비하지 않고, 그 안에서 살아 본 시간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기록하고 말합니다.
소설 <계엄>은 그가 한국에서 체류하던 시절 직접 보고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전적 픽션의 형식을 취하며 묵직한 질문을 던져요.
마치 송희구 작가의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나, 장류진 작가의 <달까지 가자>처럼, 그 시대의 생존 방식을 날것 그대로 담아내며, 우리 사회의 ‘구조’를 직면하게 했습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주인공 아키오의 시선이 지극히 ‘바깥’에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사는 우리의 모습이 선명하게 투영된다는 데 있습니다. 그가 느끼는 불안과 위화감은 당시를 살아낸 우리 부모 세대, 혹은 지금도 비슷한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처럼 느껴집니다.
<계엄>은 특정 시기의 이야기이지만, 읽는 내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미묘하게 겹쳤습니다.
마치 과거를 통해 현재를, 그리고 우리 자신을 되비추는 거울처럼 말이죠.
한국에 사는 일본인, 세노 아키오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무심하게 또는 쉽게 지나쳐온 일상적 관례 속의 불편함을 바라보게 됩니다. 시선의 차이가 사회를 어떻게 갈라놓고, 한 개인의 삶을 규정해 버리게 되는지 보여주어 우리 스스로를 다시 보게 만드는 이야기였습니다.
역사나 사회에 관심은 있지만, 무거운 이론서보다는 소설을 통해 시대와 사회를 가볍게 탐색하고 싶은 분께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