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앨리 Jul 04. 2021

언제나 시작은 관찰이다.

관찰은 애정을 부른다.

나의 시선을 쉽게 빼앗는 것들이 있다. 연노랑의 나무들과 작은 들꽃, 아름다운 형태의 공예품과 작품들,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걸어가는 노부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놀이터의 아이들. 이렇게 시선을 뺏기고 나면 나도 모르게 물끄러미 관찰을 하게 된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서 나의 취향에 맞는 이야기가 나오면 구독하면서 관찰 아닌 관찰을 하고 무심코 들어가 먹은 음식 메뉴에서 색다른 맛을 느끼면 그곳의 주방과 식사하는 사람들을 관찰하기도 한다.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는 것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관찰은 그 시간이 늘어날수록 매일의 경험치가 더 특별히 느는 기분도 든다.

이렇게 일상을 관찰하는 나의 습관은 지금껏 내가 일을 해낼 수 있도록 해주는 습관 중 하나이다. 화학을 전공하고 디자인 중심의 콘텐츠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관찰하는 습관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현상이나 상황에 대한 관찰도 있지만,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 외, ‘왜 이렇게 했을까?’ 디자이너의 의도를 생각하고 관찰하는 습관은 디자이너들과 보다 유연하게 소통을 할 수 있었다. 나 역시 디자이너들의 대화가 늘어나면서 사고가 넓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요즘 나의 주요 관찰은 함께 일하는 후배이다. 올해 초 전형적인 밀레니얼 세대인 후배와 한 팀이 되었다. 후배가 작성한 자료들을 보면서 ‘왜 이 문장을 인용했을까?’ 생각도 해보고, 일의 순서를 정리하는 내용을 보면서 관심이 어느 쪽에 있으며, 후배가 가진 재능에 대해서도 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후배의 일하는 모습을 관찰을 하면서 재능 많은 후배가 지금 하는 일을 대하는 태도가 진심이라는 것까지 알게 되었다. 나는 그 후배에게 더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후배가 더 신나게 일할 수 있게 하려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되면서 나 역시 함께 성숙되고 있는 기분이다. 관찰이 애정을 부르고 그 애정이 나를 성숙 시키고 있다. 어쩌면 함께 일하는 후배에 애정을 가지게 되는 순간도, 나에 대해 생각하고 성숙하는 과정에도, 가족과 반려자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순간도, 사회를 바라보는 나의 가치관도 관찰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내 이름을 묻고, 기억해 준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