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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앨리 Jul 31. 2021

밥보다 과일이 좋은 나

여름밤, 수박을 먹고 정리하며

더위가 절정에 이른 요즘, 가장 먹고 싶은 과일은 수박이다. 시원함은 물론이고 수분을 충전시켜 주는 수박은 여름 , 나의 최애 과일이다. 봄에는 딸기와 리, 여름에는 포도, 복숭아, 가을에는 사과, 겨울에는 귤과 홍시  철마다 즐기고 있다. 어릴 적엔 엄마에게 말만 하면 맛있는 상태의 생과일을 먹을  있었는데 결혼을 하고 2 가정이 되면서 과일  보기에 작은 고민이 생겼다. 생과일 상태로 과일을 맛있게 즐기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에 가장 좋아하는 과일인 수박은 살 때까지 가장 고민이 많은 과일이기도 하다. 수박이 맛있는 상태로 먹기에 2인 가족인 우리에게 수박 1개는 양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딸기처럼 잼을 만들기에도 홍시처럼 얼리기에도 적합하지 않아 늘 수박을 사기 전에는 고민을 하게된다. 그러다 우연히 우유와 꿀을 넣고 간 수박 주스가 남아 냉동실에 얼리게 되었는데 며칠 뒤 이 얼음을 요거트와 함께 갈아 스무디처럼 먹으니 맛이 괜찮았다. 시원한 생과일 수박주스와는 또 다른 맛이 있었다. 신선한 수박을 다르게 먹는 방법을 찾은 후, 이제 수박 1통을 사는데 조금은 덜 망설이고 있다. 물론 과일은 생과일 상태로 잘 씻어서 먹을 때 가장 맛있다는 나만의 신조는 변하지 않았지만, 제철 과일을 보다 오래도록 맛있게 먹기 위한 나만의 방식도 생기고 있다. 먹고 남은 딸기, 복숭아, 귤은 잼을 만들어 빵이나 요거트 토핑으로 활용한다. 홍시는 고운 속살만 발라 작은 용기에 넣고 얼려 셔벗 아이스크림처럼 만들어 겨우내 즐긴다. 과일의 단맛과 새콤함이 강화된 잼은 생과일로 먹을 때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그런데 과일을 고르고 남은 과일을 정리하고 껍질을 분리수거를 할 때면 나는 유독 엄마가 떠오른다. 저녁 후, 과일을 우리에게 내주고 나서도 한참을 주방에 있었던 엄마. '엄마, 백도가 먹고 싶어.'라고 말하면 그날엔 꼭 백도가 집에 있었다. 나의 말 한마디에 더운 여름날 시장을 나가서 과일을 고르고 정리하고 보관하고 버리고 했을 엄마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그러면서 철마다 골라 먹는 재미를 주는 제철 과일 하나가 나에게 오기까지 그 과정과 나에게 건네어주는 엄마의 마음을 그려본다. 내 손에 들려있는 체리 한 개, 수박 한 조각의 무게가 유독 더 크게 느껴지는 여름밤이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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