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몬 향기가 나는 빈드후크

새벽부터 부스럭 부스럭 사람들의 움직임이 어둠 속에서도 느껴졌다. 어느새 인터케이프 버스가 각자의 목적지를 지나가면서 사람들을 내려주고 있었다. 자기 내릴 곳은 자기가 확인하면서 알아서 내려야 한다. 우리는 빈드후크에서 내린다. 다행히도 종작 지점이라 내릴 곳을 몰라 헤멜 걱정은 없었다. 운동장 같이 넓은 DEPOT에 수많은 차들이 있었고 식구나 친척들을 데리러 오는 사람,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광장이 북적거렸다


우리도 카드보드(우리가 갈 숙소)에 픽업을 부탁했다. 도착해서 전화한다 했는데 일반적인 정류장 시스템이 아니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당황하며 핸드폰이라도 빌려서 전화를 해야 하는 찰나에 카드보드 푯말을 들고 서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와우!!! 십년감수했다. 사실 짐 없으면 도착해서 돌아다니거나 택시 타면 되지만 짐을 다 짊어지고 길도 모르면서 한 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건 거의 고통에 가까운 시간이다. 짐을 메고는 발 한 짝 떼기도 어렵다. 픽업 덕분에 카드보드로 쉽게 도착했다. 10:00가 체크인 시간이라 일찍 도착한 우리는 한쪽에 짐을 풀고 그동안 일정에 쫓겨 못했던 것들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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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팬케이크와 따뜻한 커피는 지난밤 긴 시간 버스여행의 피로를 녹여주는 비타민이었다. 90N(미국 달러로 약 6달러)에 아침 포함이라니 꿀같이 달콤하다. 두꺼운 팬케이크가 아니다 아주 얇은 종이조각 같은 팬케이크를 계란말이 하듯이 돌돌 말아서 그 위에 시나몬가루를 솔솔 뿌리고 설탕가루까지 뿌려주는데 완전 별미도 이런 별미가 따로 없다. 수영장을 바라보는 벤치에 앉아서 프리 인터넷을 즐기며 아침을 즐겼다. 인터넷 잘되는 곳만 가도 이렇게 세상을 손안에 넣을 수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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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방을 배정받는다. 가고 싶었던 더블 룸은 이미 풀 부킹이라 어쩔 수 없이 도미토리 행이다.


엄마, 긴축재정 환경에 적응할 수밖에 없어.... 미안...

대충 짐 정리만 하고 사막투어를 신청하러 나왔다. 긴축재정이라 숙소나 식사 비용을 줄이더라도 현지에서 할 수 있는 경험만큼은 하자는 것이 내 여행주의이다 카드보드 숙소에서 진행하는 액티비티도 있었지만 출발이 금요일이라 우리에겐 해당되지 않았다. 우선 인포 센터 주변에서 흥정할 것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카드보드에서 소개 한 곳도 있었다. TENA 익스프레스 투어였다. 나쁘지 않은 듯했고, 시간면에서 내일 출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우리에게 가장 큰 메리트가 있었다. 우선 시내를 돌아다녀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엄마가 좋아하는 픽엔팩 매장을 지나서 시내로 들어섰다. 인포 센터 두 곳이 있었다. 공원 중간 인포에 가니 3100R 정도의 가격을 부르고 스와쿱문트를 포함해서 물으니 약 5000R 이상이라 한다. 헐… 이건 아닌 것 같다. 하는 수 없이 메인 도로에 있는 매장까지 탐색에 나섰다. 이렇게 탐색하다 보니 아침에 우리를 픽업 나왔던 Simon이 있는 회사였다. 가장 저렴하기도 했고, 아침에 시간 맞춰 나와주고 인상도 좋았다. 시몬과 우리는 다시 3박 4일의 사막투어 일정까지 재계약을 맺었다.


우리의 3박 4일 사막투어 일정은 소서스-> 세서림-> 스와쿱-> 웰비스 밀-> 빈드 훅 일정으로 픽스하고 아줌마 두 명이서 나름대로의 흥정을 이끌어 냈다. 2명이서 아주 아름다운 가격으로 계약을 했다. 돈 찾는 것에 트라우마가 되살아나서 그냥 카드로 결제하기로 했다. 사막에서의 쿼드 바이크나 액티비티는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지만 원하는 때에 추가로 할 수 있어서 차라리 우리에게는 더 나은 조건이었다.


확실히 사막이 가까운 지역이라 그런지 햇살은 너무 뜨거웠고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물고 시내 구경을 하고 집으로 바로 향했다. 내일 사막투어를 위해서는 장보기가 필수다. 픽 앤 팩에 들려서 과일과 야채 그리고 물과 음료 등을 구입하고 집으로 향했다.


역시나 오랜 기간 차량 탑승이나 지역 이동후에 살포시 몸과 마음의 부대낌이 찾아온다. 이런 날은 언제나처럼 우리의 비상식량에서 향수를 느낄 만한 것들로 메뉴를 구성했다. 만만한 라면과 햇반이다. 진짜 오래간만에 먹은 라면의 얼큰한 매운맛이 몸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피로를 풀어주는 또 하나는 맥주^^ 이곳 빈드 훅은 맥주가 유명하다. 뒷맛의 청량감이 강한 윈드 훅과 달콤한 느낌이 나는 크래프트라는 빈드 훅산 맥주도 준비했다.


나의 어릴 적 우리 집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오늘 대화의 소재였다. 어릴 적 항상 바빴던 엄마, 우리가 그때 그 시절 대화를 많이 못했던 것들의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하고 막상 고등학생이 되니 공부하느라 내가 바쁘게 되고, 엄마에게도 나름의 전성기였기에 가장 바쁜 시간이었고 동생들까지 보살펴야 되는 큰 살림을 맡아해나가다 보니 우리 가족중심으로 챙길 수 없었다 하신다. 그러함으로 인해 얻은 것 그리고 잃은 것들 그리고 지나 보니 그 시절이 다시 보인다는 이야기를 하신다. 아빠의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한 시기였는데 그때는 이런 것들을 조율하고 좀 더 가족 중심의 생활을 이끌어가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때는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사실 전적으로 와 닿지 않는 결혼생활이었다. 그때 나는 너무 풋풋한 신혼이었고 부부가 만들어가는 가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방향도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 결혼 10년 차에 엄마와의 대화를 다시 곱씹어보니 참 엄마의 그 시절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결혼을 통해서 가정을 이루는 것이 그냥 마음 맞는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30년 세월 동안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양보하면서 맞춰나가야 하는 과정임을 생각하면 절대적인 아빠의 도움과 지지가 필요했을 것이다.


결혼을 하고 일정의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사건과 상황에서 사회적 시선과 편견에서 내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투쟁과 같은 시간을 보냈던 시간들이 있었다.


육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어렵고 힘든 과정이 육아라는 타이틀 안에 숨어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원만한 결혼 생활 혹은 모범적인 가정생활을 이끌어가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결혼 10년 차인 지금에서야 느낀다.

cheers-839865_1920.jpg Image by Free-Photos from Pixabay


엄마는 항상 이야기하신다. 반듯하게 자라준 아이들 때문에 지금 후회가 없다고, 그렇게 우리는 맥주 한잔으로 엄마의 일상을 그리고 나의 인생을,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맥주 한잔에 둘 다 거나하게 취했 다. 내일은 사막이 우리를 기다린다. 사막 갈 짐을 하나로 간단히 챙겼다.


어느새 우리의 아프리카 일정도 15일이 지났다. 그새 날씨도 조금씩 변했는지 반소매와 반바지로 자도 춥지 않았다. 어떻게 시간이 지나는지 모르게 15일이 지났다. 여행에서는 하루하루 일정만 온전히 잘 챙긴다는 생각으로 다니는데, 그래서 그런지 하루를 충실히 산 기억만 남아있는데 어느새 15일이 지났다니 시원 섭섭한 마음이 공존했다.


인도에 갔을 때 사막투어를 참여했던 기억이 새로 새록 났다. 그때는 낙타를 타고 사막 한가운데서 텐트도 아닌 모래 속에 침낭을 깔고 잠을 잤다. 그리고 쏟아지는 별을 보면서 어린 왕자가 된 것 같은 기분에 빠져들었었는데 내일은 또 어떤 기억으로 나에게 남을까? 이런저런 설렘을 그리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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