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 바이크 사고

엄마를 살린 선글라스 케이스

드디어 사막에서의 쿼드 바이크다. 각종 보호 장비를 장착했다. 헬멧과 고글 등을 세팅하고 바이크에 앉았다. 장비만 장착해도 이미 모습은 거의 오프로드 바이커들 같았다. 우리를 안내하는 메인 가이드가 있었고 그가 우리를 이끌어주었다. 일정 거리만큼 그 가이드가 가면 그 길을 따라서 우리도 그만큼씩 움직였다.


사막이다 보니 위치 확인이 안 되는 점도 있고 경사가 생각보다 워낙 커서 막상 바이크를 타고 깜짝 놀랐다. 쿼드 바이크는 몸과 같이 움직이는 바이크가 아니었다. 무게가 있어서 몸을 좌우로 움직이면 차에 균형이 잡히지 않는다. 오직 핸들로만 움직여야 했다. 처음엔 어색하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경사면을 타면 몸을 흔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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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좀 타본 여자 치고는(대학교 때 오토바이를 타고 학교를 다녔었다.)…. 영 실력 발휘가 안 나온다. 잔잔한 모래 언덕을 지날 때 액셀을 세게 잡으면 차는 안전하게 달렸다. 다행히 엄마도 설명해 드리니 금세 따라 하셨고 어쩌면 나보다 안정적이고 조심히 운전하셨다. 그러다 한참을 달리는데 가이드가 엄마에게 한참 뭐라 이야기하셨다. 엄마는 영어가 익숙지 않다. 얼른 내려서 엄마에게 달려갔다. 오르막 오를 때 너무 천천히 달리면 넘어진다는 것이다. 엄마가 오르막 오를 때 속력을 내야지 아니면 쿼드 바이크의 무게 때문에 뒤집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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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설명을 해드리고 다시 달렸다. 너무 잘 따라 하셨다. 다행이기도 하고 걱정했는데 엄마도 나름 즐기는 것 같아서 좋았다. 며칠 전 방문했던 솔리테어의 사막처럼 붉은색은 아니고 회색빛이 도는 사막이었다. 사막의 한가운데 둔덕들 가운데에 우리가 서 있다. 순간순간 비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리더가 포토존을 알려주었다.


그때 찍은 사진이 없었다면 다시 이렇게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곳에 내가 갔다 왔나? 했을 것 같다. 오래간만에 엄마와 둘이 함께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사실 함께 떠난 여행이지만 사진은 항상 독사진이 대부분이다. 엄마 혼자, 혹은 나 혼자, 지금처럼 핸드폰 사진기가 발달하지 않았고 셀카봉이라는 신문물이 그 당시에는 없었기에 더더욱 같이 찍은 사진을 건지기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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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바람에 흩날리는 모래사막을 경사를 따라 오르락내리락한다. 슬라이스 한 언덕을 오르다 내리는 길은 쫄깃한 긴장감이 감돌기도 한다. 내리막을 내려서 지정 위치까지 도달했다. 엄마가 오는 걸 보려고 뒤돌아서 지켜보았다.


언덕배기를 오르다 경사면 내리막길에서 한번 멈추면서 엄마가 균형을 잃었다. 그리고 다시 시도해서 올라오는 데 아까 멈추면서 겁을 먹은 엄마가 페이스를 조절하지 못하고 내리막에서 완전 곤두박질쳤다.


그 무거운 쿼드 바이크가 엄마를 덮쳤다. 순간 눈앞이 아찔하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모래사막을 정신없이 달려갔다. 엄마가 다쳤을까 봐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머리가 하얘졌다. 모래를 뒤집어쓴 채 내동댕이쳐진 엄마를 쿼드 바이크 사이에서 끌어냈다.


다행히 경사면이라 쿼드 바이크가 엄마를 전면으로 덮친 건 아니고 살짝 비껴서 엄마를 덮쳤다. 심장이 벌렁거린다. 모래를 뒤집어쓴 엄마의 상태를 살폈다. 살피는 순간에도 내가 이걸 신청해서 엄마를 괜히 다치게 한건 아닌지 자책감과 죄책감이 몰려들었다.


눈에 보이는 골절이나 피부가 찢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연세가 있으니 타박상이나 내부 골절이 걱정이 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엄마가 메고 있던 가방에 아프리카 여행 올 때 면세점에서 내가 사준 선글라스가 들어있었다. 케이스가 벽돌처럼 단단한 삼각형 모양의 케이스였다. 쿼드 바이크가 덮칠 때 넓은 단면이 엄마의 허리 부분에 닿아 있었던 모양이다. 이것 때문인지는 정확하진 않지만 삼각형 케이스의 모서리가 쿼드 바이크에 찍혀서 움푹 파였다. 이것 때문에 허리에 직접적인 타격을 막아준 것 같다. 아멘이 절로 나왔다. 엄마에게 사준 선글라스가 단순히 선글라스 선물이 아닌 엄마를 구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겁이 난 엄마가 더 이상 쿼드 바이크를 타고 가는 건 무리였다. 리더의 뒤쪽에 타고 이동했다. 나도 겁이 났다. 엄마가 다칠까 봐 아플까 봐 무서웠다. 다행히 엄마에게 골절의 증상은 보이지 않았고 타박상으로 마무리가 되었지만 아직도 그 쿼드 바이크가 엄마를 덮치는 순간의 아찔함이 내 세포에 각인된 듯하다.


엄마의 몸상태가 부상을 입은 것은 아니라 다시 이동했다. 엄마는 리더의 뒤에서 나를 응원해주셨다. 혹시라도 나도 부상을 입을까 봐 조마조마했다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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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사막 바이킹을 본격적으로 즐길만한 장소로 이동했다. 선생님이 묘기를 보여주셨다. 모래 언덕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묘기를 보여주시는데 대단했다. 저렇게 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더욱 대단해 보였다.


간단한 묘기는 같이 출발한 여행객들도 시도했다. 남자들 몇 명은 시도했고, 다른 때 같으면 벌써 나도 시도했을 텐데 오늘은 엄마에게 걱정 끼칠 일은 하고 싶지도 않았고 이 상황에서 내가 혹시라도 다치면 엄마를 케어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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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 사막 언덕에 자리를 잡고 음료수를 나누어 주었다. 사막 언덕에서 막힌 것 없이 바다까지 내려다 보이는 선셋 뷰포인트였다. 바다 위로 해가 촉촉이 젖어드는 것을 바라보았다. 엄마가 큰 부상이 없다는 것에 감사가 넘쳤다. 쿼드 바이크 스릴 때문에 심장이 쫄깃한 건지 엄마의 사고 때문에 심장이 쫄깃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쫄깃쫄깃해진 심장의 긴장이 풀어지지가 않는다.


Tip) 부모님이랑 갈 때 액티비티 체크 사항 :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어른들의 몸 컨디션을 꼭 체크해봐야 한다. 어른들의 경우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면역력도 약하고 컨디션 난조가 급격하게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특히 어른들의 골절은 나중에 큰 병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혹시 가족 전체가 여행을 가는 경우라면 어른들끼리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로 나누는 것도 좋다. 시도해서 잘 진행되면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는 데 오늘처럼 다치거나 부상을 입는 경우에는 자책과 죄책감에 나도 힘들어지고, 또 온 가족의 비난을 받을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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