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벅 공항, 음악에 여행을 담다.

Essential south Africa trip

어제의 체함이 쉬이 내려가지 않았다. 아침도 거르기로 했다. 역시나 속이 안 좋을 때는 안 먹는 게 속편 하다. 아침 내내 숙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 덕분에 분주하게 사람들과 연락도 하고 정보 정리도 했다. 오래간만에 식구들과 카톡을 했다. 식사를 안 한 만큼 여유로운 카톡 생활을 잠시나마 즐겼다. 신랑과도 오랜만에 카톡이다.


역시 떨어져 있어야 그 애정을 확인해볼 수 있는 것인가? 애정 솟는 카톡을 주고받았다. 신혼은 신혼이었나 보다. 누군가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걱정해주고 있다는 사실에 알 수 없는 든든함과 내 마음의 평안과 안정감이 형성되었다.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 없다가 40일가량 떨어져 있는 시간이 남편에게도 처음 겪는 경험이라 생소하고 낯설게 느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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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10년 차 부부가 되었는데 이렇게 상큼 터지는 시간들이 나에게도 있었음에 감회가 새롭다. 지금은 어쩌면 사랑보다 더 농도가 진한 감정을 나누는 시기인지도 모르겠다. 정과 전우애와 동지애, 그리고 애정과 애증이 버무려져서 서로가 침범하지 않는 적당한 거리를 맞춰가는 시기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변하는 많은 것들이 있다. 감정도 변하고, 생각도 변하고... 그러나 이런 기록과 음악들은 우리를 그 순간으로 데려가 준다. 또 10년 후쯤 이 글을 본다면 그때 우리는 이렇게 성장하고 애쓰고 있었구나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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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에서 내 집처럼 편안했던 슈스트링 숙소, 공항까지 호스트분이 친절하게도 데려가 주기로 했다. 그렇게 픽업을 받아서 공항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우리가 처음 아프리카 땅을 밟았던 케냐의 나이로비로 간다. 공항에 도착해서 셀프 체크인 시스템을 이용하여 보딩 좌석까지 완료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앞좌석에 배치가 되었다. 좌석 체크까지 하고 나니 시간이 여유가 있었다. 그간 두 번이나 공항에 들렸어도 일정상 여유를 부릴 틈이 없었던지라 면세점 구경은 생각도 안 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샵은 바로 레코드샵이었다. 면세점 내에 레코드샵이 있어서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여행지의 유명한 유적지나 볼거리보다 거기에서 느꼈던 어떤 순간의 감각들은 참 오래도록 마음에 박혀 있는 것 같다. 특정 음식을 떠올리면 그날의 기분과 분위기 그리고 장면까지 생생히 기억나는 순간, 혹은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호박잎을 먹거나 생각하면 항상 할머니가 같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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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면세점 레코드샵으로 들어갔다. 인기순위의 레코드가 진열되어 있었다. 바로 들을 수 있는 CD플레이어가 마련되어 있다. 1위는 팝적이고 대중적인 느낌의 음악이었다. 그리고 2위는 아프리카 특유의 그 액티비티 한 감성을 오롯이 담고 있는 것 같았다. 당연히 2번 CD가 나에게는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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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ntial south Africa trip”이라니!!! 이거는 우리를 위한 CD가 아닌가? 이미 제목에서 우리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음악을 들어보고 싶다고 했더니 쿨하게 바로 그 자리에서 비닐 패킹을 북북 찢어서 들려준다. 아프리카 특유의 감성과 날것의 생생함이 공존하는 음악이었다. 더구나 아직 가지 않은 아프리카 미지의 세계를 향한 탐험의 감정까지 들어있는 것 같아서 더 이상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혹시라도 속이 좋아지면 식사할 요량으로 남겨두었던 돈을 탈탈 털고 모자란 금액은 달러로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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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아프리카 여행을 이 CD 하나에 온전히 담은 느낌이다. 그렇게 아프리카를 가방에 담고 나이로비로 향했다. 1289Km의 거리가 만만치 않겠지만 그래도 나이로비에서의 또 다른 여정이 기다린다는 설렘에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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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이야기에 추억들이 줄줄이 소환된다. 레드 핫 칠리 페퍼의 크레이지 한 음악을 들으면 미국에서 생활했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같이 기숙사 생활했던 오빠 중에 유독 레드 핫 칠리 페퍼의 음악을 공기인 듯 심취해서 하루 종일 이 CD를 틀어놓았다. 록밴드의 록자도 몰랐던 나도 이 음악만 들으면 저절로 어깨춤을 추는 수준이 되어 버렸다. 글을 쓰다 말고 레드 핫 칠리 페퍼의 음악을 플레이한다. 이게 바로 음악이 주는, 예술이 주는 삶의 활력소인 듯하다. Otherside 가사를 읊조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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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의 헤이 쥬드" 역시 내 추억이자 삶의 대부분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연극반 시절, 소강당을 가득 메운 그 감성, 내 젊은 날의 고민과 예술적 삶을 살았던 주인공에 나를 대입시켜 예술가적 고민을 사서 하던 시절이다.


왜 그리 그때는 고달픈 게 많았던지,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갈팡질팡 고민도 걱정도 사서 하던 시절이다. 그땐 다 자란 어른이라 생각했던 시절이었는데 지금 보니 참 어린 나였다. 그때가 있었기에 지금은 좀 더 단단한 내가 있는 거겠지...


음악과 예술은 단순히 작품으로서 의미뿐 아니라 이렇게 내 삶 속에 스며들어버려서 그 당시의 시공간을 흡수해 버린다. 언제든 나를 그때, 그 공간으로 안내할 수 있는 매직키다.


오늘은 가물가물해진 “Essential south Africa trip” 음악을 다시 들어봐야겠다. 이젠 CD플레이어조차 찾기 어려워졌지만 아프리카를 여행하던 그때로 나를 데려다 줄 유일한 타임머신이다.


남아프리카의 조벅 공항의 레코드 샵… 그곳에 나와 엄마가 함께 있다. 내가 살아있고 기억이 있는 한 그곳은 나의 타임머신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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