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떤다. 나쿠루에서 마사이마라로 이동한다. 아침식사는 따끈한 스프와 튀긴 빵조각 스크램블, 말라서 조금은 초라해보이는 쏘시지였다. 커피와 따뜻한 차 한잔도 마실 수 있었다. 확실히 남아공의 분위기와 케냐의 분위기는 좀 달랐다. 남아공은 화려한 서울 깍쟁이 같은 느낌이라면 케냐는 투박하지만 순박한 느낌의 분위기가 풍긴다.
이곳에서 온내스무스 같은 드라이버는 대접을 받는다. 드라이버의 부탁은 거의 프리패스 같은 느낌이다. 나쿠루에 비해 약 10배이상 더 크다는 마사이마라는 어떤 곳일까? 동물의 왕국의 한 장면이 오버랩된다.
아침은 어느 도시건 부산스럽다. 아침 출근 하는 사람들로 정신이 없고 각종 장터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어제 저녁 그리고 새벽까지도 비가 내리더니 출발하고 나서는 비가 자취를 감추었다. 다행이다.
중간에 사람들이 합류하기로 했다. 트랜짓 호텔에서 사람들을 기다렸다. 사진을 찍고 노는 동안 엄마가 아이를 안고 수줍게 우리에게 인사를 건냈다. 줄 수 있는 거라곤 가방에 있던 엄마의 양갱뿐이었다. 뜨뜻미지근한 반응에 양갱을 원한 게 아니라 돈을 원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저 우리는 호의의 마음으로 양갱을 나누었는데 기대한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씁쓸해졌다.
드디어 우리팀으로 조인하는 3명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2명의 케냐 현지인과 1명의 프랑스 친구였다. 점잖고 조용했다. 마사이 마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비가 점점 굵어지고 땅도 질어졌다. 비포장 도로와 움푹패인 도로를 달리고 또 달렸다. 실제 거리는 멀지 않았는데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건 쉽지 않았다. 앞에 가선 차들도 위험한 곳에서는 살살 꽁지를 들고 운전했다. 엄마랑 이야기하면서 우리도 현지인 되었다면서 이런 도로를 가는데 불평 불만 한마디 없이 탈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폭탄이 지나간 자리처럼 움푹 패어있던 비포장도로를 따라 갔던 캄보디아 여행이 떠오른다. 그때야 말로 워낙 오래되기도 했고 당시는 워낙 헝그리한 배낭여행객이라 탈 수 있는 차는 봉고차 뿐이였다. 길이 폭탄맞은 모습 그대로 동그랗게 파여있어서 그 길을 구르지 않고 원형의 동선을 따라 운전하는 모습에 깜놀했다. 그 구덩이 위로 판자를 걸치고 그 위로 운전했던 곡예운전자들이 떠올랐다. 그때의 비포장도로를 생각하니 이번 코스는 양반이다 싶었다.
엄마랑 온게 참 다행이다. 아빠와 함께 왔다면 딸이랑 인연을 끊겠다고 했을 거라면 아빠 이야기에 웃음을 지으신다. 이런 길 가자했으면 허리 다 망가진다고 난리 치고, 시원한 물이 많지 않은 아프리카에서 시원한 물 찾으러 삼만리를 다녔을 아빠를 떠올렸다.
오랜 세월 같이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매번 의견차이로 티걱태걱 거리는 아빠 엄마지만 인생에 동반자라는 강력한 연결고리는 서로의 인생에 존재 의미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30년 이상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같이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결혼을 하고 나서야 알게되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지만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가장 잘 아는 것 같지만 가장 모르는 사이이기도 한 것이 부부같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아빠 두고 혼자 온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려했던 엄마다. 올때만 해도 혼자가는게 많이 미안하다 하셨는데 막상 와서 상황을 보니 같이 안온게 다행이라 하셨다. 버스 오래타는 것도 힘들고, 식사때 고추장 하나씩은 드셔야 하는 아빠를 생각하니 웃음이 나신 모양이다. 그렇게 부부는 서로 다른 색깔을 인정하고 물들어가는 것같다.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우리가 오늘 묵을 숙소는 플라밍고 캠프다. 야외 캠프 사이트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양철지붕 밑에 시멘트로 지어졌다. 다시 빗방울이 굵고 두꺼워졌다. 다행히 아프리카 올 때 사들고 온 고어텍스, 기능성 옷이 우리를 자유롭게 해줬다.
식당은 허술했지만 맛은 최고였다. 점심이 너무 늦어진 시간이기도 하지만 야채랑 당근 그리고 미트소스는 간이 딱 맞았다. 음식은 역시 간이 중요하다!! 아샨티를 연발하면서 배불리 먹었다. 역시나 비가 또 우리를 피해간다.
아커스랑 함께 갔던 사막 텐트보다 약 4배 정도는 큰 사이트다. 일종의 글램핑이다. 텐트만 20동 정도였다. 성수기엔 사람들이 넘친다고 한다. 외부의 분위기보다는 훨씬 아늑한 느낌이다.
어느새 오후 3시 30분 오후 드라이빙이 예약되어있다. 15000km의 넓은 규모인 마사이마라로 드디어 출발한다. 오늘은 가까운 지역만 드라이빙을 하고 내일은 하루종일 풀로 드라이빙을 한다. 자 그럼 이제 본격적인 드라이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