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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도 들어도 좋은 말

NO.1 이라는 말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게 뭐야? 아들과 누워서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었다. 할 일이 많을 때는 이렇게 누워있는 시간이, 마음에 쫓기는데, 요새는 많은 것들을 내려놓아서 그런지 아이들과 누워있는 시간이 참 좋다. 언제 이렇게 누워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 일방적인 혼잣말이 아닌 서로의 대화를 핑퐁처럼 주고받으니 아이들의 생각이나 마음을 가장 잘 들을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어제도 나한테 엄청 혼난 아들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한 번만 참을걸… 한 번만 소리 지르지 말걸… 내가 심호흡하고 멈출 수 있었다면 아이에게 상처 주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에 미안함이 바닥에 깔려있다. 1학년인데 벌써 사춘기가 온 것처럼 짜증도 많아지고 불만도 많은 요즘의 첫째다.


아이들이 2층 침대를 사용하는데 첫째가 2층을 이용하고  둘째가 1층을 이용한다. 같이 재워주는 시간에  1층 침대에 누워서 감사 일기도 같이 하고 듣고 싶은 노래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고 나온다. 1층 동생의 침대에만 누워있다 나가는 게 매번 서운하다는 첫째이다. 그동안은 사실 2층까지 올라가기도 귀찮고 비좁은데 굳이 2층 아들 침대에 눕는 게 큰 의미가 있나? 1층이나 2층이나 같은 방이니까… 그러나 아들 입장에서는 이런 작은 서운한 감정이 점점 쌓인 것 같다. 


오늘은 미안한 마음에 아들 옆에 올라가 누웠더니 당황하면서도 너무 기뻐 좋아하는 아들이다. 별거 아닌 걸로 이렇게 좋아하는 아들을 보니 미안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그간 아들 마음을 너무 모른척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들, 요새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뭐야?" 첫째는 엄마, 둘째는 동생, 셋째는 할머니, 넷째는 아빠라는 이야기에 웃음이 푹 나왔다. 며칠 전 할머니가 왔다 간 것이 아들의 우선순위를 뒤바꿨다. 어느새 아빠가 밀려 있었다. 아이들의 요구사항을 잘 들어주면서도 달래서 할 일을 시키는 할머니가 참 좋았던 모양이다. 그래도 첫 번째가 나인 것이 다행이면서도 감사하고 고마웠다. 혼내놓고 마음 졸이던 나에게 아들의 답변은 고구마에 김치 같은 감사함을 줬다.


아아!!! 빼먹은 게 있다면서 0번째는 자기 자신이란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힘은 결국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해줬는데 잊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는 온 가족들을 줄지어서 나름의 순번을 메겼다. 아이의 마음에 각 가족들의 어떤 부분이 좋은지가 눈에 보였다. 


Image by cromaconceptovisual from Pixabay

육아가 너무 힘들고 내 인생의 많은 시간들을 아이를 돌보며 보내는 것이 때론 숨이 막혔고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아이들은 어느 순간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쏟아부었던 시간들이 결국 헛된 시간이 아니었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나의 시간 하나하나가 아이들을 키우는 힘이 되었고, 아이라는 존재에게 나라는 든든한 세계를 만들어 준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여전히 나는 부족한 엄마이고 매일매일, 감정조절에도 실패하며, 아이의 인생에 혹시나 누가 될까 결정장애에 시달리는 엄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나를 가장 따뜻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도 아이들이고 내 마음을 가장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도 아이들이다. 


사춘기 때는 어떤 마음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아이들에게 이렇게 사랑받는 마음들을 차곡차곡 모아 두고 싶다. 언제나 아들의 no.1은 엄마라는 이야기에 잠자리에 누워서도 배시시 웃음이 난다.  얼마 못 갈 이야기 일지 모르겠지만 너에게 언제나 no.1 인 사람이 나라는 것이 내가 살아갈 힘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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