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 나오니 찬바람이 쌩하니 불어온다. 연말 내가 있는 이곳이 전국에서 가장 춥다는 뉴스 소식을 전해 들었다.
내일이 자가격리 마지막 날이라서 오늘 코로나 CPR검사를 하러 가야 하는 날이다. 아이 둘을 데리고 선별 진료소까지 갈 일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도시와 달리 선별 진료소가 가까이 있지 않다. 최소한 왕복 4시간의 거리를 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아침 찬바람에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거기에 선별 진료소로 넘어가는 길은 아이들 모두 멀미를 도맡아 하는 꼬불탕 구간이다. 지금도 이런 길이 있나 싶게 꼬불거리는 구간을 넘어야만 홍천 시내 보건소로 향할 수 있다.
아침을 챙겨 먹이고 아이들을 챙겼다.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으면 자가격리도 마무리가 되지 않으니 이래도 저래도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가야 했다.
추운 날씨에 차에 시동을 걸어놓으려 내려갔다.
부르~~
부르~~ 픽
시동 소리가 영 시원찮다. 마음에 불안감이 훅 밀려온다. 추위에 취약한 LPG 차량이라 오늘 같은 강추위에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더구나 주차장도 없이 허허벌판에서 추위를 감당하고 자가격리기간 동안은 또 움직이지 않았던 탓에 시동이 더 걸리지 않는 것 같다. 난감했다.
12월 31일 연말에 코로나 검사를 하러 왕복 4시간 거리를 가야 하는 것도 서글픈데 시동까지 걸리지 않는다. 하루에 두 세대밖에 없는 대중교통을 타고 가야 하나? 이 생각에 머릿속이 까마득해졌다.
때마침 같이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는 언니한테 연락이 왔다. 캠핑장을 운영하는 언니다. 이곳의 뛰어난 자연은 이런 강추위의 날씨에 취약하다. 언니네 캠핑장에서 내려오는 길이 곳곳이 결빙 구간이라 겁이 덜컥 난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선별 진료소로 이동하여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인원만 8명이었다.
이런저런 상황을 담당공무원에게 전달하고 차량이 없거나 장거리가 어려운 상황에서 코로나 검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다행히도 보건소로부터 온 연락은 희망적이었다. 오지에 위치한 분들을 위해 움직이시는 특별차량반이 있었다. 지역의 가장 가까운 보건소까지 긴급차량이 오기로 하고 면사무소 보건소까지는 개별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세상 반가운 소식에 감사했다.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왕복 4시간 거리를 멀미를 동반한 채 갈 생각만 해도 끔찍했는데 도시에서는 경험할 일이 없는 일들 덕분에 이곳에서는 참 감사하고 고맙다.
아직 차에 시동이 걸리지는 않지만 날씨가 좀 풀리는 점심까지는 좀 기다려보기로 했다. 우리 집에서 보건소까지 이 추위에 아이 둘을 데리고 걸어서 갈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다. 수시로 차량에 시동걸기를 시도했다. 정말 오늘 날씨는 귀가 떨어져 나갈 날씨 같다는 말이 딱 맞았다. 그나마 멀리까지 안 가는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기에 시동 거는 노력은 충분히 감당할만했다.
부르~
부르릉!!!
오후가 되어 다행히 시동도 걸리고 보건소까지는 무난하게 갈 수 있었다. 보건소 앞에 세워진 구급차를 보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 추운 날씨에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준 의료진도 감사하고 보건소 내부에서는 검사가 불가하니 보건소 앞마당에서 코로나 검사를 진행했다.
강추위와 더불어 찬바람이 불어댔다. 코로나 검사에 기겁하는 아이들을 통제해서 검사를 받게 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어른들도 하기 싫은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싶은 생각이었다.
아이들에게 코로나라는 상황을 만들어준 것이 어른들의 잘못이라는 생각에 미안함이 앞섰다. 아이들을 설득하고 얼르는 과정 가운데 속상함과 미안함이 공존했다. 추운데 도망 다니는 아이들을 기다려야 하는 의료진분들에게도 미안하고 송구했다. 울고불고 난리 치는 아이들을 하나둘씩 억지로 부여잡고 검사를 마쳤다. 아직 결과까지는 하루가 남아있는 기간이지만 일단 큰 산은 지나간 것 같아서 안도 아닌 안도감이 들었다.
연말, 코로나 검사를 진행하면서 한 해를 돌아보았다. 이렇게 순간순간 감사한 일들이 내 삶의 곳곳에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사회건, 사람이건, 친구건, 아이들이건....
느슨하지만 가늘고 긴 무언가가 오늘처럼 내 손을 놓지 않고 늘 잡아주었다는 것이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현장에서 애쓰시는 코로나 의료진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들이 자가격리 기간동안 접어서 나에게 선물한 꽃^^ 애쓰신 의료진과 함께 하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