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자격증 어디에 쓰려고 따는거야? 친구에게 물었다. 요즘 나랑 같이 보드타는 친구가 레벨 자격증에 관심이 있어하고 딴다고 하길래 아무리 생각해도 나에게는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딱히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40대 이상 여성보더들로 이루어진 " 나이야!!! 가라~~" 가 요새 내가 같이 보드를 타는 동호회 친구들이다.
싱글과 유부가 같이 모여있지만 이곳에만 가면 다시 20대로 돌아가서 보드를 타던 시기로 컴백한다. 왠만해선 어디 모임나가도 내 나이에 언니 만나기 힘든데 이곳에는 언니들도 많고, 또 보드를 타는 언니들은 더더욱 없는데 이곳에만 오면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유쾌한 사람들이랑 함께 라서 같이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보드 연차로만 하면 20년차는 훌쩍 넘어간다. ㅋㅋㅋ 중간에 결혼과 육아로 안탄 시기를 빼면 뭐... 3~5년차쯤 되는건가?? 근데 사실 강습받았던 내용이나 기본기는 다 잊어버려서 자세는 보기 흉한 막보더다.
보드 잘타는 언니가 처음 나를 보고는 고삐풀린 말처럼 막타는 앤줄 알았다고 한다. 말 그대로 그저 신나게 타고 내려오고 찬바람을 가르며 직활강하는 맛에 탔다. 그런데 동호회 친구들이 레벨을 딴다고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지금 레벨을 따서 강습을 하거나 할건 아니라 레벨이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먼저였다. 레벨연습하는 친구들 강습에 꼽사리 꼈는데 오!! 기본을 제대로 알려주니 자세교정이 빠르게 이루어졌다. 기본기를 잊고 타고 있었는데 레벨2 언니나 동생들이 이야기해주는 것이 몸에 바로 바로 흡수되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렇게 빠져들었고 결국 레벨 1 시험에 친구와 함께 도전하게 되었다. 사실 요즘 머릿속도 복잡하고 워낙 결정되지 않은 것들로 복잡한 마음에 몰두할 무언가를 찾은 기분도 들고 2025년 어떻게 시작했는지도 모르게 시작했고 우울감이 떠나질 않았는데 돌파구가 될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뭔가 하나 따면 그것 자체로도 2025년을 해낸 느낌으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남겨놓고 맹연습 돌입!! 막보딩 금지하고 일주일은 몰두해서 연습했다. 그동안 나쁜 습관이나 잘못된 자세등을 교정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총 8명이 그렇게 시험을 보러갔다. 자세에 도움을 줬던 서포터즈 언니들과 동생들이 응원차 따뜻한 차까지 준비해서 들고나와줬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동호회 문화가 너무 정겹다.3시간을 훌쩍 넘은 강습과 시험시간이었다. 강습듣는 우리들도 이렇게 추운데 이렇게 우리 시험보는 것 촬영도 해주고 중간 중간 다른 관광보더들이나 스키어들이 검정에 진로방해가 되지 않게 정리도 해주는 모습 훈훈하다.
정말 날씨도 추웠지만 기다리는 시간들이 있어서 손도 발도 꽝꽝 얼었다. 이제는 슬슬 엉덩이까지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핫팩도 챙겨서 넣어갔건만 날씨가 추워서그런지 미지근하기만 했다.
사이드 슬립, 팬듈럼, 비기너, 너비스턴 4가지 동작까지 강습을 마치고 최종 검정이 이루어졌다. 선생님이 해준 말씀을 떠올려보려고했지만 막상 시험을 치르려니 머릿속이 멍해지긴 했다. 그래서 운동은 연습이 중요한 것 같다. 몸으로 익혀야 어떤 상황에서도 같은 자세와 포즈를 취할 수 있다.
그렇게 장장 3시간 20분에 걸쳐 시험을 마무리 했다. 마지막 너비스턴에서는 슬롭의 경사구간이 있어서 멘탈이 흔들리긴 했지만 최종적으로 마무리까지 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온라인에 검정결과를 올려주셨다.
두구두구~
시험결과를 마치고 슬롭의 카페에 모여서 결과 확인을 했다.
오!!! 합격이다.
높은 점수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과락도 없이 합격이다.
이젠... 난!! 레벨러다.
ㅋㅋㅋ
이 자격증이 삶에 변화를 주는 건 아니지만 2025년 시작을 뭔가 해내고 시작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수선한 시국과 나의 불안한 환경적 상황으로 25년은 아직 시작도 못한 느낌이였는데 작은 성취로 시작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 교정된 기본기에서 보드를 탈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기쁜 일이다. 시간이 지난걸 고치고 바꾸는 과정이 새로운 걸 배우는 것보다 더 오래 걸리고 어려운 것 같다. 이미 고정되어 버린 것들을 고치고 바꾸는 일이 어렵지만 이 과정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는 걸 느낀다.
그렇게 마흔이 훌쩍 넘어서 레벨1 티칭 자격증을 마련했다.
거창한 도전이 아니라도 소소한 삶의 이런 도전들이 나를 생기있게 만들어준다.
당장 삶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도 또는 엉뚱하지만 생각하지도 않는 것들~그렇지만 가슴이 뛰는 것을 조금씩 도전해 보면서 사는 것
가성비와 생산성을 따지면 굳이 하지 않을 일들이지만 때론 이런 활동과 도전들이 우리가 살아가는데 큰 활력소가 된다.
이젠 나는 스노보드 레벨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