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사용 설명서 정독하기

지금 생각해보니 일 년째다.

지끈거리는 머리와 답답한 가슴 증상이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내 몸에 대해서 깊이 있게 인식해본 적이 있나?

나의 몸의 반응을 찬찬히 살펴본 적이 있나?

이제야 몸이 신호를 보내고 있음을 인식한다.


사실 건강체질이라 딱히 어디가 많이 아프거나 한 적이 없고,

숨쉬기 운동과 생활도 규칙적인 편이라 지금까지는 크게 아프지 않았다.


독점 육아라는 현실에서 7년 동안의 꾸준한 숨쉬기 운동은

다행히도 나의 숨을 붙어있게 한 유일한 허파 운동이었다.

그러나 무뎌질 대로 무뎌진 나의 감각이 건강신호를 잘 캐취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재작년 건강검진에 갔다가 역류성 식도염과 위염 판정을 받고 두 달 가까이 약을 먹어야 했다.


의사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이 정도 위염이면 위궤양 바로 전 단계로

구토나 통증이 엄청 심했을 텐데 괜찮았나요?

....... 네??


몰랐다. 그냥 아침에 약간 불편한 메스꺼움은 있었지만 밥을 못 먹거나 모유수유로 인한 잠 부족 현상? 혹은 메슥거림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감각기관이 아주 무뎌졌거나 고통과 통증을 이기는 세포가 아주 강화된 건가? 엄마는 세포도 강화되는 건가? 이건 무슨 허튼소리야... 하면서도.... 엄마로서의 삶이 당연히 고통을 동반하는 것인 듯 체념하며....

그렇게 또 일상에서의 하루하루를 살아가느라 잊고 있었다.


그리고 내 몸 사용 설명서라는 이야기에 이제야 나의 몸의 신호를 찬찬히 들여다본다.

뇌의 시상 부위가 먹통이 된 듯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가

이제는 견디다 못해 화가 나고 곪아 터졌는지.... 농이 되어 진물이 흘렀다.

일 년 내내 지끈거림의 원인이었을까?


몸이 망가져서 마음이 망가졌을까?

마음이 망가져서 몸이 망가진 건가?

몸에 쓸 에너지를 마음으로 썼더니, 마음에 과부하가 걸린 듯하다.


가슴은 여전히 안개를 한입 가득 머물고 있는 듯하다.

머릿속은 후춧가루를 뿌린 듯 따꼼따꼼 찌릿거린다.


내 몸 사용설명서에 정독이 필요하다.

볼트가 높은 건전지가 가슴에 들어와 있어서 과부하가 걸렸나 보다.

적절한 전압으로의 교체가 필요하다.


내 몸 사용설명서를 다시 읽어본다.

관심을 가지고 찬찬히 보니 아주 작게 써진 빨간 글씨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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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보증기간이 남아있어서 다행이다.

망가지지 않아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