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이 일상이 되기까지


오늘은 길고 긴 버스 일정으로 조금 피곤하고 고단한 하루가 시작될 것 같다.

더반에서 포트 엘리자베스로 이동하는 구간이다.

큰 변수가 없다면 약 15시간 동안 버스를 탑승해야 한다.


오늘 바즈버스는 새벽에 일찍 우리를 픽업하러 온다.

아마도 긴 버스 탑승 시간 때문이다.

차량에 타자마자 반가운 사람이 있었다.

바로 우리가 첫날 바즈버스를 탔을 때 만났던 Patros였다.

항상 웃는 모습이 인상적인 드라이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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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 30분 탑승을 완료하고 출발한다.

더반에서 움타타라는 곳을 거쳐서 어반 엘리자베스로 간다.

오전 까지만 해도 그래도 견딜 만했다. 점심이 되면서부터는 버스 안으로 햇빛을 모조리 흡수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드라켄즈 버그에서의 신선한 바람이 더없이 절실한 순간이었다. 옆에 함께 가는 외국인 친구도 답답함을 느꼈는지 창문을 열었다.

창문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쏟아진다. 심폐소생술을 하듯 차 안에 사람들에게 상쾌한 공기가 공급되었다.


점심이 되어서야 움타타를 지나갔다. 휴게소에서 다시 5명의 사람들이 조인했다. 좁은 좌석 때문에 불편했는데 이 구간이 워낙 필수 구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꽉 찼다. 매번 이용할 때마다 부킹을 해야 좌석이 오버부킹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휴게소에서는 2명의 친구가 미리 부킹 하지 않고 차량 탑승을 원했다. 다행히 포트 엘리자베스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 내리는 친구들이 있어서 극적으로 차량 탑승이 가능했다. 매번 부킹 하는 게 귀찮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부킹 못하고 타는 경우엔 이런 사태가 벌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후가 되면서부터는 허리도 다리도 어깨도 아프기 시작했다. 좁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한 자세로 가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엄마도 무릎을 치면서 불편해하셨다. 내가 엄마의 컨디션을 고려하지 않은 채 스케줄을 짰나… 하는 생각에 걱정이 되었다. 손과 다리를 주물러드렸다. 졸면서 가는 와중에도 엄마의 손을 꼭 잡고 갔다. 그동안 주물러드리지 못한 손과 다리를 만져드렸다.


나는 살가운 딸은 아니다.

아니 무뚝뚝한 딸이다.

피곤하다거나 아프다고 하면 부모님의 어깨를 주물러드리기는 하지만

애교만점으로 미리미리 알아서 하는 성격은 아니다.


반면에 남편은 시댁 어른들이 일찍 아프셔서 그런지 어른들 주물러 드리는 것을 참 잘했다.

시댁에서 뿐 아니라 친정인 우리 집에서도 나보다 우리 신랑이 더욱 어른들과의 스킨십은 잘하는 사람이었다. 사위의 안마를 받으면 얼굴에 함박웃음이 머금어진다.

결혼하고도 친정에서 안마 담당은 신랑이었다.

오늘은 엄마의 안마 담당은 나다.

엄마의 부은 손을 조물조물해 드렸다.

오랜 차량 탑승으로 손과 다리가 많이 부었다.

새삼스럽게 신랑의 자리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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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참 일상의 별 것 아니었던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해 준다.

내가 이미 가지고 누린 것들에 대해서 당연하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일상의 소중함을 곱씹어 감사하게 된다.

이게 바로 여행이 주는 유익인 것 같다.


일상은 사전적 의미로는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일상을 반복되게 꾸준히 만드는 우리들.

그 우리들의 매일의 모습은 일상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포트 엘리자베스로 가는 길이 어느새 어둑어둑 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