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이라굽쑈??

렌터카의 운전석을 꽉 잡았다. 더없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스마일 한 표정을 연기한다. 땀이 주르르 나는 건 날씨 탓이다!!! 렌터카 직원에게 땡큐라 인사를 했다.


요게 바로 내가 렌터카 매장에서 나오는 최선의 상황이었다. 직원이 자꾸 서류를 재검토하는 것이 차를 빌려주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나에게 이 스틱 차는 두 남매에게 내려졌던 동아줄 같은 희망이었다. 렌터카를 빌릴 예정이었기에 모젤 베이까지 가는 대중교통에 대한 정보도 지식도 없었으며 일정이 어긋나기라도 하면 줄줄이 비행기표까지 엉망이 되었다. 스틱이라는 복병을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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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이 걸린 차를 움직이면서 이동했다. 이 스틱 자동차의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빨간 신호등이었다. 시동이 걸린 상태에서는 액셀만 밟고 달릴 수 있기에 문제가 없었는데 바로 빨간 신호등이 켜졌을 때 멈추는 기간에 시동을 살려내질 못했다. 결국 2~3번의 빨간 신호등의 신호를 무시한 채 숙소로 향했다.


내비게이션도 없이 숙소를 향해 차를 운전했다. 진짜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사람의 능력은 무한대로 늘어나는 것인가? 네비가 무엇? 나는 그저 동물적인 직감으로 도로의 주소를 스캔하면서 횡단보도의 빨간 신호등이 켜지지 않기를 기도하며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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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신호등을 만나서 속도를 줄이다 멈추면 금세 시동이 꺼져버렸다.

아쒸…. 젠장 진짜 식은땀이 흘렀다. 뒤에서 보기에는 도로 한가운데 신호등만 만나면 시동을 꺼트리는 돌 아이 운전자가 된 것이다. 하하하..


방법이 없었다. 시동을 급하게 살려내기엔 나의 클러치를 밟는 실력이 몇 분만에 급속히 길러지지 않았다. 저 멀리 언덕배기에 우리의 숙소가 보인다. 언덕이라 다행이다. 1단 기어로 살~ 살~ 가도 욕먹을 일이 없었다.


엄마가 저 멀리 보인다. 렌터카를 빌리러 나간 지 벌써 3시간 가까이 되니 얼마나 걱정이 되겠는가 더구나 언어도 익숙하지 않은 엄마는 숙소에서도 혼자 안절부절못하셨을 것 같다. 딸 걱정에 숙소에 앉아있지도 못하고 숙소 앞에서 딸이 언제 오나 걱정이 돼서 앉지도 서지도 못한 채 서성거리고 계셨다.


나를 보는 엄마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스틱 차를 빌려왔다고는 꿈에도 생각을 안 하시겠지…? 미취겠다. 운전에 자신 없는 게 아니라, 그냥 해 본 적 없는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우리가 목숨을 걸고 달려야 한다고 엄마에게 이야기해야 했다.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불안한 내 모습에 엄마는 뭔가 직감적으로 일이 순조롭지 않다는 걸 느끼셨다.


엄마의 일기를 빌리자면,

일찍 렌터카를 예약하러 소정이가 가고 나는 집에서 기다리는데 2시간이 넘어도 오지 않아 안절부절이다. 식사시간이 끝날 까 봐 간단한 음식을 준비해서 방으로 가져다 놓았다. 미리 영어 공부가 안된 상태의 여행은 아쉽다. 사람들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없는 것이 나를 초라하게 만든다.

어떤 차를 몰고 올까? 한참을 기다리니 파스텔톤의 현대의 모닝 같은 차를 몰고 소정이가 나타났다. 식은땀을 흘리고 나타났다. 직감적으로 일이 순조롭지 않은 것 같다. 스틱차라는 소정이의 말에 걱정이 앞섰다. 스틱차라니… 우리가 해본 적이 언제인가? 심지어 소정이는 스틱차를 몰아본 경험이 없다.


나는 엄마에게 내리기도 전에 스틱차라고 고해성사를 했다. 시동은 끌 필요도 없다. 클러치에 발을 떼고 액셀도 밟지 않으니 저절로 시동이 멈춘다. 수동차의 장점(?)이었다. ㅎㅎㅎ 순간의 떨림 소리를 내면서 차가 살포시 퍼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시동이 꺼진다. 우선 잠깐의 휴식이 나에게 너무나 필요했다. 숙소로 들어가서 엄마가 챙겨 놓은 식사를 간단히 하고 한숨 돌리고 짐을 꾸려 나왔다.

Cape Town July 2011 090.jpg 우리가 묵었던 숙소에서 나오는 길, 마음이 천근만근.... ㅎㅎㅎ

발이 떼어지지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출발이다.!!!! 그전에 동네를 몇 바퀴 도는 연습이 필요했다. 짐을 들고 나와 차에 싣고는 한숨을 쉬는데 엄마가 웃으면서 엄마가 처음 운전하던 차도 다 스틱이었다고 말씀하신다. 근데 엄마가 스틱차를 몰았던 때는 약… 25년 전쯤이라는 걸 생각하면 의미 없지만 나에게 용기를 주시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느낀다.


연습을 시작해본다. 오르막에 위치해서 갑자기 시동이 꺼지기도 하고 급발진에 급 멈춤은 예사였다. 오토매틱 차로 2분이면 이 동네 5바퀴는 충분히 돌고도 남는 시간인데 동네 한 바퀴 도는 데 20분도 더 걸렸다. 엄마는 얼굴이 거의 사색이 되셨다. 물론 옆에서 잘한다 잘한다를 하셨지만 거의 주문에 가까운 외침이셨다. 동네를 순찰하던 경찰이 처음에는 외지인이 동네를 계속 돌고 있으니 수상하게 쳐다보면서 신분증을 요구하더니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나서는 순찰 돌면서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자기들끼리 웃고 난리가 났다.


너희는 웃을 일이냐? 나는 목숨 건 일이다….


그러든지 말든지 동네를 2바퀴 정도 돌면서 12년 전에 땄던 스틱 면허증의 기억을 온몸으로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우선 나이즈나에서 조지까지 이동해야 한다. 이동 시간은 1시간 반 가량이니,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최면을 걸었다. 엄마도 처음 연습할 때는 잘한다고 했지만 동네를 한 바퀴 돌고는 차량을 다시 반납하는 것도 생각해 봐 야지 않냐 고 물으셨다. 근데 대중교통도 가는 방법도 모른다는 내 대답에 입을 다무셨다. 그리고 엄마는 절대 믿음의 기도를 하셨다. 둘 다 주술사 같은 느낌으로 기도와 자기 최면을 하고 차는 출발했다.


어쨌든 출발했고, George로 가는 방향의 N2 하이웨이를 찾아 나섰다. 몇 번의 빨간 신호등 정도는 무시하면서 오로지 달렸다. 내가 길치가 아님에 더없이 감사했고 위기에 더욱 발동하는 나의 동물적 감각을 사랑하게 되었다. 드디어 하이웨이를 타고 나섰다. 조지로 가는 길은 이 하이웨이만 따라가면 된다고 하니 이 또한 우리에게 축복이었다. 도로가 잘 발달되고 복잡한 도시였다면 내비게이션 없이 길을 찾아가는 건 불가능했을 거다. 다행히 이 길 하나만 잘 따라가도 반은 성공인 거다!!


내가 가는 길에 멈춤이라고는 없었다. 오로지 달렸다. 앞에 차가 있는 듯하면 천천히 달렸고 혹시라도 신호가 빨간색으로 멈추기 전에는 쌩쌩 달렸다.


주구장창 달리기만 하면서 긴장으로 다리가 뻣뻣하게 굳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다리에 쥐가 나려고 했고 엄마는 내 말에 걱정이 돼서 내 다리를 중간중간 주물러 주셨다. 가슴이 콩알만 해졌다. 드디어 조지에 입성이다…. 그러나 여전히 쉬지도 멈추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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