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착같이 붙어있는 낡은 벽을 뜯어내고
벽지를 살살 풀어 재단해 붙여보면
꽃들은 뿌리내리며
벽에서 피어난다
때 묻고 해진 곳에 꽃밭을 만들려고
온몸에 풀을 발라 애면글면 오른다
흉터를 몰래 감싸고
생채기를 보듬으며
직벽도 척추 없이 단번에 기어올라
천장에 땀 흘리며 거꾸로 매달려도
서로를 응원하면서
깍지 끼고 버틴다
보일러를 높이거나 햇빛살 들이거나
실바람 끌어다가 방 안에 풀지 않아도
팽팽히 힘줄을 당겨
꽃동산을 만든다
- 서울신문(2023)
☞ 출처 : https://blog.naver.com/almom7/222995375356
▶ 도배를 하면서 / 권영하 (시낭송 - https://www.youtube.com/watch?v=G-fmxPLmevM )
<「도배를 하면서」詩作 노트 >
「도배를 하면서」는 202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이다.
도배를 해보면, 벽지들은 온몸에 풀을 발라 뼈도 없는 몸으로 수직 벽을 잘도 기어오른다. 거꾸로 매달려서도 서로 깍지를 끼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협동하면서 버틴다.
서로를 격려하면서 힘줄을 팽팽히 당겨 환한 방,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
▶ 출처 : https://m.blog.naver.com/kinosimi/223520282700?recommendCo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