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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loco Oct 24. 2018

2018 KBO 선수 SPOT

진짜 야구, 진짜 목소리!



Work : 2018 KBO 선수 SPOT

Producer : 김정우

Art : SBS PLUS 비주얼아트팀

Voice : 손아섭, 양의지, 박해민, 정우람, 강백호

Sound : 박선하

Thanks : 노태혁



    평창올림픽 이후 4개월 만에 스포츠 작업물이었다. 올해 담당 채널은 골프였지만 월드컵이 개막했고, 동시에 스포츠 채널 업무를 추가로 맡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전세계 축구 축제와 상관 없이 우리의 야구는, 계속 하니까요. 월드컵 핫클립만 해도 매일 두 세개씩 만들었지만 그렇다고 다른 콘텐츠를 무작정 손 놓고 있을 순 없으니까요. 뭐라도 만들어야지. 아니, 뭐라도 보단 그래도 재미있는 거.



    선수를 활용한 ID를 만들고 싶었다. 야구의 꽃은 그들인데 정작 선수를 활용한 무언가는 만들기가 쉽지 않아서 종류가 많지 않다. 그나마 스프링 캠프 땐 좀 가능하지만 회사를 7년 정도 다니면서 스프링 캠프 한 번 가본 적 없는 박복한 사람이라. 시즌 중에는, 요청을 하는 우리도 어렵고 그들도 불편해 한다. 게임을, 그날 그날의 전쟁을 앞둔 선수에게 과도한 요구를 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더 고민하게 된다. 최대한 예의를 지키는 선에서 최소한의 무언가를 부탁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목소리. 그들의 영상은 우리에게 매우 많다. 어지간한 그림은 다 찾을 수 있다. 그래서 늘 그들의 그림에다 우리가 알아서 의미를 부여한 자막으로만 마무리하는 형식으로 작업하는 거다. 예고, SPOT이 대부분 그렇다. 다른 건 힘들고 그림은 많으니까.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한계 때문에. 그래서 선택한 건, 서로의 상황을 고려하면서 그 한계를 최대한 넘을 수 있는 건, 목소리였다. 실제로 인터뷰를 제외하면,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수월한 것도 아니니까. 자 그럼, 이야기를 만드는 건 제 몫이니까 내레이션만 해주시면 안 될까요?



    이게 다 현장 중계팀 PD 태혁이형 덕이다. 중계 스케쥴에 맞춰서 구성과 대본을 넘기면 각 구단 홍보팀에 연락해서 선수에게 오디오를 받아줬다. 나의 첫 현장 중계 사수이자, 스포츠 중계 슬로우 화면 구성의 신인 태혁이형! 형이 그동안 현장에서 프런트와 선수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형이 아니었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스팟. 방송국 놈들 하는 일이란 게 그렇다. 혼자서 할 수 없는, 협업. 기술적으로든 무엇이든 혼자서 다 할 수가 없는 일 투성이다. 그래서 늘 고맙고 감사할 수밖에 없는 구조. 이걸 기억하지 않으면 일을 하는 내내 사람에게 시달리게 될 거다. 근데 왜 그렇게 혼자 다 한다는 대장이 많은 건지. 하하.



    처음은, 손아섭. 스탯 그 이상의 열정으로 야구를 대하는 선수. 그 태도가 항상 존경스러워서 생각한 구성. 작업을 할 때쯤 팀 성적이 좋지 않아서 고사하다가 나중에 내레이션을 해주셨는데 사투리 억양의 말투가 오히려 뭐랄까, 더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




    다음은, 양의지. 두산 선수들은, 뭔가 그 특유의 ‘곰’ 이미지가 있는데 양의지 선수는 그 중에서도 능글맞은, 여우같은 곰이랄까. 포수라고 하는, 안방마님으로 팀을 최고의 자리로 올려놓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기에 더. 실제로 투수 리드나 플레이하는 방식이 굉장히 영리하기도 하고. 목소리도 멋있고 꽤 나름 연기도 해주셔서 좋았다. 처음엔 안 한다고 하기 싫다고 하다가 다른 선수 영상을 보더니 멋있다고 참여해주셨다 한다. 어때요, 마음에 드세요?




    그리고 박해민. 아시안게임 때문에 호되게 혼나긴 했지만 이 선수의 포인트는, 수비였다. 리그에서 수비 하나만으로 게임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선수가 얼마나 있을까. 박해민은 그걸 가능하게 만든 선수라고 생각해서. 뛰어난 외야수는 타구음을 듣고 그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수 있다고 한다. 수많은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어낸 선수라면, 하고 잡은 구성. 귀여운 목소리는 보너스. 계속해서 진짜야구의 ‘진짜’를 강조하고 있다는 건, 보이죠?





    이번에는 정우람. 한화의 정우람은 좀 특이한 케이스의 마무리다. 보통의 마무리와 다르게, 압도적인 구위로 타자를 제압하는 타입이 아니다. 그럼에도 볼 끝의 움직임, 회전수가 좋아서 빠른 공 승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건 마음의 문제다. 지켜내고 승리하겠다는 의지, 자신의 공에 대한 믿음. 마침, 팀이 추구하는 방향과도 비슷해서 이를 살린 구성안을 만들어봤다. 그리고 이 영상 신의 한 수는, 음악. 박선하 감독님이 너무도 적절하게 작업을 해주셔서 영상의 매력이 200% 이상 올라간 케이스다.




    마지막으로 강백호. 나에게 강백호는, 슬램덩크의 주인공이라서. 당연히 레퍼런스는 슬램덩크의 하이라이트 대사. 농구 좋아하세요? 그리고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구요. 크으. 이걸 어떻게 안 쓸 수가 있나요. 오랜만에 리그에 등장한 대형 고졸 신인이라. 홈런 장면을 다다다다다 붙이고 이번엔 ‘거짓 신인’이 아니라는 걸 보여줘야지. 역시 뭔가 풋풋한 목소리도 좋았고, 진짜가 나타났다는 음악도, 잘 어울렸다. 앞으로 더욱 더 잘 했으면 좋겠다!




    왜 다섯팀의 선수밖에 없냐고 묻는다면,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원래 각각의 팀에서 한 명씩은 다 하려고 했으나 중계 일정상 목소리를 받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또한 부탁을 해도 팀 상황이 좋지 않아 거절을 한 선수도 있었다. 이럴 때마다 조금은, 아쉽다. 미국은 어느 스포츠 건 경기 중간에도 덕아웃에서 벤치에서  인터뷰를 할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뭐랄까, 너무 엄격하다고 해야하나. 경기 자체를 존중하자는 그 태도를 이해할 순 있으나. 조금 더 미디어에 친화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것도 미디어가 '잘 해야' 친해지는 거겠지만. 그리고 마지막 이유로는, 월드컵이 끝나고 나의 업무는 다시 only 골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이게 야구 콘텐츠로 만든 마지막 작업이었다. 회사에서 그래도 야구를 가지고 꽤 다양한 작업을 했다. 예고부터 시작해서 예능 같은 구성물도 따로 만들어보고, 각종 스팟, 빅이벤트 선수 응원 영상, 다트피쉬나 리베로비전을 이용한 분석, 가사를 활용한 뮤직비디오, 시즌 런칭 프로모션 등. 적다보니 정말 많이 했네. 이렇게 다양하게 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콘텐츠라는 거 아닐까. 야구가.


아직도 할 수 있는 건 무궁무진 하다.



2018.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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