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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loco Oct 15. 2018

2018 KLPGA 하반기 메이저 스팟

골프를 골프로만 이야기해야 하나요?


Work : 2018 KLPGA 하반기 메이저 스팟

Producer : 김정우

Art : 신청윤

Voice : 신경선

Sound : 박선하



          “자, 출발해볼까” 골프 채널 프로모션 작업을 하면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유로운 형태의 일이다. 1년 업무의 대부분이 골프 대회 예고라서 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는데, 이런 건 좀 내가 하고 싶은 무언가를 만들 수 있어서 준비할 때부터 신이 났다.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무슨 방식으로 풀어볼까. 맨날 누가 나와요, 상금이 얼마예요, 다음엔 이런 대회가 있어요, 이런 것만 하면 재미 없잖아요?



          “들어~~ 갔어요!” 스포츠 각 종목마다 살리고 싶은 포인트가 있다. 축구는 골, 야구는 홈런, 뭐 그런 것들. 물론 개인적 취향에 따라 다른 게 있다. 그렇다. 나는 원래 성격이 이상해서 그런가 별로 그런 것에 크게 관심이 없다. 평소에 살리고 싶은 포인트라고 하는 건 ‘사람들이 이 종목에서 잘 모르고 지나칠 부분’이다. 그걸 잘 살리면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 (역시 성격이 이상해…) 그러나 골프는, 종목에 대한 깊이가 부족한 탓에 다들 아는 걸 ‘잘’ 표현하고 싶었다. (네, 변명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대놓고 드라이버, 퍼팅, 이런 그림은 또 너무 뻔하잖아요? 그래서 중계를 계속 볼 때마다 생각했던, 선배 캐스터의 시그네쳐 콜 “들어갔어요”를 살려보고 싶었다. 세상에 공 말고 들어가는 게 얼~마나 많게요?



          “안녕하세요.” 새로운 걸 만나고 싶었다. 늘 하던 그래픽 작업 말고. 살리는 포인트가 조금 뻔하다 싶으면 그래픽이라도 새로워야지.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지만 그동안 안 해본 작업은 많으니까. 고민해야하고 노력해야하고 시도해봐야하지 않겠습니까. 매번 잘 하는 것만 하면 편하기야 하겠지만 발전이 없다. 그건 명백하다. 그래서 이번엔 풀 애니메이션을 해보고 싶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작업이라서. 아무도 해보지 않은 작업이라서. 선으로 그린 애니메이션은 워낙 많은 영상에서 시도한 스타일이지만 유독 스포츠, 골프에선 한 적이 없었다. 콘텐츠 특유의 박진감을 살릴 수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꼭 그거 아니어도 충분히 괜찮을 것 같은데.



          “좋은데요.” 그래픽 작업을 해준 청윤이가 이 영상의 팔할이었다. 애니메이션 작업이 가능한 작업자를 찾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청윤이와는 평창올림픽때 예고작업을 함께 했던 디자이너 성원이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다. 참, 사람의 인연이란! 청윤이와 미팅을 하고 이러이러한 스토리의 영상을 만들고 싶다 이야기했다. 출근하는 직장인의 하루에 골프를 넣어보자고. 버스에 들어가고, 회사에 들어가고, 인터넷에 들어가는! 들어갈 때마다 각 메이저 대회의 정보가 나오면 어떻겠습니까? 흔쾌히 오케이해준 청윤이의 대답. 그리하여, 시작되었다. (골프하는 회사) 출근하는 직장인 A군의 아침. Mp4. 그렇습니다. 그건 저의 출근길….



          매우 재미있었다. 아, 이런 것도 만들 수 있구나. 골프를 골프로만, 스포츠를 스포츠로만 표현하는 건 너무 진부하지 않나. 24시간 동안 골프만 나오는데, 골프 같지 않은 걸로 골프를 이야기하면 안 되는 걸까. 사실 디테일하게 보면, 은근히 있다. 각 대회의 정보도, 트렌지션도, 보이스도 각 장면의 조그마한 장치들도. 골프의 느낌을 받을 수 있게 노력했다. 물론 보는 사람이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다 아무 소용 없는 거지만. 뭐, 이런 건 소소한 자기 만족 아니겠습니까.



        시간이 지나면, 잘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싶어진다. 한계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거다. 내 스스로. 더 잘하고 싶은 노력은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2018.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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