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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색깔은 분홍색 장미

어제는 광화문역에서 집으로 걸어오는데 바디샵 앞에서 오랜만에 꽃을 파는 아저씨가 나와계셨다.

장미 10송이에 4천 원. 봄에는 프리지어를 파시고는 하는데 이번에는 장미였다.

가지고 있는 현금이 없어서 세종문화회관에 있는 ATM 기계까지 총총걸음으로 걸어가 현금을 뽑고 다시 광화문역으로 돌아왔다.

‘중간에 아저씨가 어디 사라지지 않으셨기를’

가끔 현금을 가지고 오는 사이, 자리에 안 계실 때가 있었는데 오늘은 다행히 아저씨가 계속 그 자리에 계셨다. 여러 색의 장미꽃들 중 연한 분홍색의 장미 한 단을 사겠다고 말을 전하자, 아저씨는 서비스라면서 다른 색의 장미를 한 송이 뽑아서 같이 포장을 해주셨다.

그런데 아저씨가 조금, 아니면 조금보다는 조금 더 취기가 오르셨는지 이런저런 말을 붙이시면서 장미 한 단을 더 포장해서 주시겠다고 한다. 꽃 파는 아저씨 곁에 있던 지인분은 아가씨한테 쓸데없는 말은 걸지 말라면서 내 표정을 슬쩍 살피시며 자꾸 말을 붙이는 사장님을 적당히 말리셨다.

결국 아저씨는 나에게 장미꽃 두 다발을 안겨주셨고, 나는 기분 좋게 천 원을 더 보태서 5천 원을 전해드렸다. 아저씨는 그날 밤, 친구분과 기분 좋게 어디 가서 소주 한 잔을 더 하셨을는지도 모르겠다.

세종문화회관 방향으로 직진을 하다 보니 성악가 조수미 씨가 한창 방송 촬영 중이 있었다.

장미꽃과 어울리는 밤 에피소드였다. 아저씨, 또 봅시다. 다른 꽃들과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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