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모두가 자기 운명을 짊어지고
파도 위의 여정을 완수해 나가는 뱃사람이자,
자기만의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에게는 함께 겪어야만 하는 일들이 있고, 그 안에서 사계절을 보내며 인생의 희노애락을 맛본다.
때떄로 마음 속 정원 안에 독을 품을 새싹을 키워 올릴 때가 있다. 순식간에 줄기를 뻗어내고, 열매를 맺고, 그걸 먹은 사람의 몸에는 또 독이 퍼져나간다. 그러니 정원사는 독을 품은 싹이 올라올 때마다 얼른 알아채고 부지런히 뽑아내는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 일은 정원의 주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누가 대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정원에는 가뭄이 드는 날도 있고, 폭우가 쏟아지고, 천둥번개가 내리치는 날도 있다. 꽃이 폈는가 하면, 이내 지고 사라지고 없다.
하지만 정원의 주인은 자신의 정원 한 가운데 서서 구석구석 묵묵히 지켜봐야만 한다. 마지막까지 좋은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정원이 되기를 꿈꾸면서 말이다.
옆집 정원에도 놀러가고, 나의 정원으로도 놀러오는 손님이 있었으면 좋겠다. 서로 일손도 빌려주고, 칭찬도 하며, 소식이 좀 뜸한 이웃과도 섞여서 함께 또 내년을 살아나가고 싶다.
어딘가 아픈 구석이 있는 땅에는 유난히 향이 좋은 꽃씨를 심어 놓아 둡시다.
내년에는 분명 그곳에서 새로운 풍경과 향을 맞이하게 될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