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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뿐냥뿐 Oct 30. 2023

아픈 고양이는 안쓰럽고 귀여워

말은 못 하고 불편하고

드르르-

알람이 와서 대수롭지 않게 화면을 열었다. 사진에는 콩알만 한 알갱이들이 있었다. 이건 무슨 사진이지 싶어 자세히 보니 분홍빛의 모래인 것이 심상치 않았다. 이건 절대 보면 안 되는 것이다.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던 찰나 사진에서 1이 사라진 걸 봤는지 전화가 온다.


"아직 퇴근 안 했어? 아니 냥냥이가 화장실을 계속 들락날락 거리는 게 이상해서 봤더니 모래에 혈뇨를 싼 거 같아. 시원하게 싸지도 못 하고 계속 왔다 갔다만 하고, 이상해서 봤더니 모래가 조그마하게 뭉쳐져 있네."


비상이다! 비상! 고양이의 혈뇨라니. 고양이 키우는 집사들에겐 비상인 상황이다. 일단 냥냥이를 병원에 데려가달라고 부탁하고 짐을 챙겨 바로 회사를 떠난다(팀장님이 없어 다행이다). 부랴부랴 도착하니 진료실에 들어가는 때에 딱 맞췄다.


"그래도 아주 잘 보셨네요. 이런 경우 특발성 방광염인 경우가 많아요. 그 사이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었을까요? 사람이 놀러 왔다거나 이사를 했다거나 하는"

"아니요 주말 내내 저희끼리만 있었는데요. 혹시 다이어트 사료로 바꿔서 그런 걸까요?"

"사료를 바꿔서 무척 싫어했나요?"

"아니요 아주 없어서 못 먹었어요;;"

"(침묵) 우선 방광에 문제가 없는지 초음파를 찍어야 해요."

(동시 눈을 마주 보고 침묵)

"네, 찍어주세요(찍는 거 말곤 방법이 없잖아요)."

"그럼 몸무게부터 잴까요? 음... 지난번보다 살이 더 쪘네요. 다이어트 중인데..."

"어... 그러게요(먼산)"


시간이 흐르고


"냥냥이 특발성 방광염이 맞네요. 이런 경우 스트레스 안 받게 해야 하고요. 약을 5일 치 드릴 테니 나아지는 거 같아도 끝까지 다 먹이셔야 해요. 특발성 방광염은 재발하지 않는 게 중요해요. 고양이들의 경우 예민해서 방광염이 자주 오는 거 아시죠? 재발하지 않는 게 제일 우선이에요. 약 먹이고 나서 증세를 보도록 하죠."


지금도 화장실 모래 긁는 소리가 박박 난다. 그런데 결과물이 시원찮은가 보다. 들락날락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한다. 얼마나 답답할까. 시원하게 싸지 못하는 그 마음. 조그마한 게(6.6kg지만) 고생이다. 그 사이 잠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거 같아 기다렸더니 정말 콩알만치 쌌는데, 그것 역시 피가 섞여 있다. 언제쯤 나아지려나... 작은 몸으로 애쓰는 거 보면 안쓰럽다가 귀엽다.


약봉투에는 "냥냥이의 쾌유를 기원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고양이는 약봉투도 귀엽다.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어엿한 한 사회묘 같다. 어서 나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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