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골골골골 ~ 잠이 온다 ~ 골골골골골
머릿속에 전구가 켜진 듯, 잠에서 깬다. 그런 다음부터는 다시 잠에 들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한다. 낮에 있었던 일들이 떠오르고, 그때 하지 못했던 말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떠오른 말의 꼬리의 꼬리를 물다 보면 점점 정신은 또렷해진다. 다시 잠들기 글렀다는 신호다.
내일 하루는 피곤하겠구나, 체념하며 가능한 머릿속의 생각들을 지우려고 노력한다. 그러한 노력이 무색하게 한번 시작된 생각 꼬리물기는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내 머릿속은 이렇게 부지런한 걸까. 그렇다고 다시 핸드폰을 켜자니, 그것은 이제 잠에 들지 않겠다는 말과 같아서 꾸욱 참아본다.
내 뒤척임이 길어질수록 냥냥이들도 잠에 깬다. 녀석들이 깨면 이제 끝이다. 미동도 하지 않고 머릿속으로 사투를 벌인다. 생각아 그만 떠올라라, 뇌야 그만해라... 냥냥이들이 눈치를 채고 깨어났는지 내 얼굴 위로 콧바람이 분다. 내 얼굴을 유심히 보고 있다는 신호였다. 여기서 눈을 뜨면 냥냥이들은 '그래 지금이야, 놀자.'라며 덤벼든다. 속여야 한다. 동물적인 감각을 가진 냥냥이들을 속여야 한다. 한참을 내 얼굴 위로 콧바람을 내던 녀석은 꼼짝도 하지 않는 내가 의심스럽지만, 다시 스르르 내 옆에 자리를 잡는다. 그러고 1, 2, 3초 뒤.
"골골골골~ 골골골골~"
집사만을 위한 ASMR이 들리기 시작한다. 주변이 고요해 더없이 우렁차게 들리지만 가만히 골골거리는 리듬에 집중하다 보면 그 많던 생각들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불과 몇 분 차이인데,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한참을 듣다 보면 냥냥이들이 잠에 빠져 골골송이 멈추는 순간이 온다. 그때 나도 다시 잠에 든다. 그때의 기분을 정확하게 표현할 순 없지만, 가장 가까운 단어는 안심일 것이다. 냥냥이들을 키우며 잠을 잃었지만, 불면에서 벗어났다.
+ 우렁차게 골골대다 소리가 잦아들면서 고개를 폭 떨어뜨린다. 자신도 어찌할 수 없게 고개를 떨구며 잠에 드는 모습은 몹시 귀엽고,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