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싶은 말을 할 때까지 모든 말은 오답입니다.
노잼이다. 이 글은 노잼이다. 웃기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는 지경일 때도 있었다. 그래서 유머를 넣으려고 이리 쓰고 저리 써봤지만 마땅치 않다. 역시 회사는 사람을 노잼인간으로 만드나 보다. 재미를 넣을 수 없다면 정보라도 넣어보자. 하지만 이번 편은 그것도 실패다. 퇴사의 첫걸음이었던 대표와의 면담이라는 힘든 구간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써야 정보도 넣고 끝맺음도 할 수 있다. 잘하면 유... 유머도 넣을 수 있겠지.
“회사 사정이 어려워요. 이직을 해도 괜찮습니다.”
사내에 변화가 생긴 후 있었던 면담에서 평이한 대화를 이어가던 중 대표가 대뜸 이렇게 말했다. 지금 생각해도 사회생활 통틀어 가장 신선한 말이었다. 들어본 적 없는 얘기에 큰소리를 내서 웃고 말았다. 기억을 되살려보면 이런 내용이었다.
“회사 사정이 어렵다. 하지만 현재 회사 구성원들이 일자리가 궁한 처지가 아니라 그나마 안심이다. 이직을 할 수 있다면 이직을 하는 것도 괜찮다.” 이직을 허락해주듯 말을 했다(글로 옮기고 보니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것 빼곤 모든 게 오답인 말들이었구나 싶다).
이어서 대표는 다른 직원들한테도 회사 사정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회사가 더 어려워지기 전에 이직을 고려해볼 것을 말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 이야길 듣고 모두가 하는 형식적인 면담이고, 회사 사정이 어렵구나 싶었다. 부침은 있었어도 나름 업무의 결실을 조금씩 보고 있다고 생각했던 터라, 지칠 때도 있지만 해볼 수 있는 일들이 있어 이직할 의사가 없음을 전했다. 면담은 대표가 좋아하는 직무만족도와 사기(士氣)를 점수로 매기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면담 마지막에 늘 하던 것이었는데, 돌이켜보니 아무래도 이때 실수를 한 것 같다. 점수를 낮게 줬더니 점수를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오라는 과제가 떨어졌다. 그리고 나 외에 이직을 허락하는 면담을 한 직원은 없었다. ‘권고사직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점수를 높이기 위한 대탐험이 시작됐다. 그것도 황금 주말의 시작인, 매주 금요일마다. 대화가 거듭될수록 드는 생각은 “아, 나의 퇴사를 원하는구나.”였다. 업무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을 제시하니 사실은 팀워크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하면서 다시 과제를 줬다. 일주일 후 팀워크가 나아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면 또 다른 주제를 꺼냈다. 그러면서 면담 중간중간 이직할 생각이 없는지 재차 물었다. 그래서 혹시 나를 해고하고 싶은 것인지, 내가 이 회사에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면, 회사도 나도 서로가 윈윈하기 위해 방법을 찾는 것일 뿐 그건 아니라고 했다.
애매한 상황에서 노동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뭐가 있을지 숱하게 찾아봤지만 뾰족한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대표한테 “너 해고”라는 말을 유도할 정도로 언변이 능숙하지도 않았다. 이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면서 대안을 찾아가고, 내가 먼저 퇴사라는 말을 꺼내지 않는 것뿐이었다. 지난한 시간이 계속될수록 의욕은 떨어지고, 사람들과도 멀어졌다. 분명 같은 회사를 다니는데 나만 불편한 상황에 놓이게 되니 이질감이 들었다. ‘한 놈만 괴롭히는 데 다 이유가 있구나.’ 그렇게 참 좋~은 걸 배웠다.
‘먼 미래 사측이 되었을 때 유용한 스킬을 하나 획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