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가 인생을 먹어버리기 전에
이른 아침, 공원으로 산책을 갔다.
어느새 장미가 이렇게 활짝 피었을까 감탄을 하며, 장미향에 홀린 듯 가던 걸음을 멈추고 향을 맡는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들 사진을 찍고, 함박웃음을 짓는다.
장미꽃이 가진 힘이 이런 건가 보다. 멈추어 서서, 허리를 숙이고, 향을 맡으며, 웃게 하고, 사진을 찍게 하는, 그 순간만큼은 행복하게 만드는 힘.
장미를 보고 있노라니, <어린 왕자> 책 내용 중에 '바오밥 나무와 장미나무'가 생각이 난다.
"바오바브나무의 싹과 장미나무의 싹은 아주 비슷해요.
그래서, 처음엔 잘 구별되지 않아요."
-어린 왕자 中에서-
어린 왕자는 매일 아침,
자신의 별에서 바오밥 나무의 싹을 뽑는다.
바오밥은 처음에는 작지만,
방치하면 별을 통째로 집어삼켜 버릴 정도로 자라기 때문이다.
처음엔 무엇이 문제의 씨앗인지,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 분간하기 힘들 수 있다.
인간관계도, 물건도, 감정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그 가치를 알게 되지만, 너무 늦었음을 깨달을 때는 참으로 씁쓸한 기분이다.
인간관계를 보자면,
겉으로 화려해 보이고 대단해 보이는 껍데기에 속아 넘어가서 시간과 돈을 낭비한 후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지나고 보니, 나를 파괴하는 바오밥나무였구나를...
그와 반대로 묵묵하게 나를 지켜주는 진정한 내 사람에게는 소홀했던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지나고 보니 그가 장미나무였음을 깨닫기도 한다. 내 마음이 욕심으로 가득 차고, 어지럽고 정리가 되어 있지 않으면, 그렇게 판단이 흐려질 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물건에 대한 선택과 정리도 중요하다.
물건을 사기만 하고 버리거나 정리를 하지 않고 쌓아두면, 집안 곳곳이 물건으로 넘쳐나게 되고, 사용하지 않고 방치된 물건들에 의해 집안의 에너지가 흐르지 못하게 된다. 결국 주인은 집안의 모습을 닮아가는 사람이 된다. 마음도 공간이 필요하고 숨 쉴 곳이 필요하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한 부정적인 감정들을 돌아보지 않고 꾹꾹 눌러버린 채 방치하면, 억눌린 감정들은 괴물이 되어 내 인생을 집어삼켜 버린다. 무기력으로 우울로, 분노로. 그러므로 내가 느끼는 감정 또한 알아주고, 느껴주면서 그 감정이 나에게 하고자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내 마음속 정원에 바오밥나무의 싹이 자라고 있는지, 장미나무의 싹이 자라고 있는지는 처음에는 잘 구분하지 못할 때도 있다.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듯이, 항상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고 정성껏 보살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아름다운 장미정원에서 장미향을 즐기며 살기 위해서는 어떤 싹이 내 마음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하루에 잠깐씩 멈추어 서서
내 호흡을 느끼고, 내 마음을 살피고, 내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장미정원을 가꾸듯이,
불필요한 싹은 뽑아내고, 물을 주고, 햇볕을 쬐여 주며,
내 인생과 내 사람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하루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