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70. 색종이 접기 어디까지 해봤니.

by Aloha J

어릴 때 종이접기를 좋아했다. 피아노학원 선생님이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정육면체 꽃모빌을 만들어줄 때 옆에서 접는 방법을 눈으로 익히고 집에 와서 몇 날 며칠을 접었다. 나와 비슷한 나이라면 어릴 적 종이학, 종이배, 종이별, 거북이, 장미꽃 접기 등은 대충 다들 한두 번 즐겼을 종이 접기다.


아이는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종이접기를 접했다. 물론 가정 보육을 하는 동안에도 종이접기를 몇 번 소개했지만, 아이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막해서 곤란한 때가 있었다. 결국 옆에서 열심히 접어주는 방법을 선택했다. 감사하게도 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들께서 종이접기를 잘 지도해 주셨다.


처음에는 선생님들이 접어주신 작품을 가방에 갖고 왔다. 그것이 아이의 즐거움이 되었고, 그 후에는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완성한 종이 접기가 시작되었다. 본격적인 종이 접기가 시작된 것은 올 초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선생님이, 형들이 접어준 종이접기를 갖고 왔다. 이것이 동기부여가 되어서 '나도 한 번 접어보고 싶다.'로 시작된 아이의 종이 접기가 시작되었다. 원하는 종이접기 책을 사서 엄마에게 접어달라로 시작된 종이 접기가 옆에서 같이 몇 단계 따라 해보는 단계로 넘어갔다. 완성은 하지 못했지만, 집에서 편안하고 여유롭게 종이접기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형들이 접어준 팽이 시리즈, 미니카 시리즈가 다양해지면서 아이도 형들처럼 접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형님들이 졸업하고 올해 어린이집의 제일 큰 형님이 되면서 아이의 종이 접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하원 후 평일에도 저녁 시간이 늦어짐에도 불구하고 둘이 앉아서 원하는 팽이를 두어 개 완성해야 다음 일과가 진행되었다. 주말에도 기본 3~4시간, 하루 종일 집에서 여러 가지 팽이 접기 미니카 접기를 마스터하며 몇 개월을 보냈다.


아이가 만든 종이 접기가 거실을 가득 채우고, 집안 곳곳에 등장했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엄마들도 집안이 온통 종이 접기와 색종이로 가득 찼다고 이야기를 했다.

매월 책을 구입할 때도 종이접기 책을 꼭 한 권씩 더 사 왔다. 종이접기를 직접 하기도 하고, 가만히 접는 방법을 정독하기도 하면서 아이의 종이 접기에 대한 열정이 활활 타올랐다.

종이에 대한 관심도 커져서 여러 가지 색상, 질감의 색종이를 모으고, 종이도 작은 것부터 30cm가 넘는 색종이까지 모으며, 아이의 종이접기 세계가 무럭무럭 자랐다. 너무 늦어져서 자는 시간에 방해가 되지 않는 한 아이의 종이접기를 응원하고 함께 접고 있다.


작년만 해도 간접기, 세모 접기 같은 가장 간단한 것도 손끝 힘이 약해서 제대로 안된다고 속상해했었는데..

올해는 손톱 끝으로 야무지게 꾹꾹 눌러서 킬각을 만드는 경지에 올랐다.

이젠 동생들에게도 멋진 팽이를 선물할 만큼 다양한 팽이를 잘 접고 있다. 종이접기 박물관까지 달려가는 열정으로 종이 접기에 푹 빠진 한 해를 보냈다. 봄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종이 접기가 요즘들이 조금 시들해졌지만, 여전히 하루에 팽이 한 개 정도를 같이 잡으며 하루를 마감하고 있다.

부쩍 자신감이 늘더니, 이젠 어려운 팽이도 원에서 접으면서 외워오더니 뚝딱 접는다.

"엄마, 이건 내가 좀 도와줄까요?" 하며 엄마 손에 올려진 색종이를 갖고 가서 대신 멋지게 접어주기도 한다.


올여름, 종이접기 박물관에서 다물체 종이 접기라는 걸 봤다. 종이 한 장으로 예술작품을 만드는데, 진짜같이 섬세하게 곤충, 동물을 만든 작품들이었다. 멋지다.

'나도 저렇게 만들고 싶다! 저렇게 접고 싶다!'

우리는 같은 마음으로 그 작품을 바라봤다. 보고 있자니 사슴벌레를 멋지게 접어서 아들에게 접어주고 싶어졌다. 아들 덕분에 참, 오랜만에 종이 접기로 손끝이 얼얼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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