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69. 혼자 읽기가 시작되었다.

by Aloha J

생각보다 빨리 왔다. 무릎에 앉히고 목이 쉬어 아플 때까지 책을 읽어주고, 같이 침대에 누워 책을 읽어주던 일상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줄 알았는데..

최근 들어 아이가 혼자 책을 읽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동학 교수님의 지도에 따르면 초등학교 4학년까지는 엄마가 옆에서 읽어주는 게 좋다고 했는데, 그래서 당연히 그때까지 열심히 읽어주리라 기꺼이 다짐했건만...

초등학교 입학도 전에 아이의 혼자 읽기가 시작되었다.

덕분에 나란히 혹은 마주 보고 앉아서 각자의 책을 읽는 시간이 길어졌지만. 왠지 조금 섭섭한 마음이 든다.

"00아, 엄마가 책 읽어줄까?"

"괜찮아요, 혼자 보고 싶어요."

"그래, 언제든지 엄마랑 읽고 싶으면 이야기해 줘."

요즘 이 대화가 잦아졌다. 아직 아이 곁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자꾸 아이 주변을 맴도는 기분이다.

저녁식사를 엄마보다 먼저 마치면 옆에 와서 책을 읽는다. 나도 자연스럽게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기 전에 한 20여분을 내 책을 꺼내서 읽는 상황이 많아졌다. 좋긴 한데, 어딘가 좀 허전하다.

"00아, 엄마가 읽어주는 것보다 혼자 읽는 게 더 재미있어?"

라고 한번 유치한 질문을 건넨 적이 있다. 내심 속으로는 '엄마가 읽어주는 게 좋아요.'라고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했다.

한번 겸연쩍게 씩 웃더니 "음... 이건 혼자 읽고 싶어서요."라고 우문현답을 내놓은 귀여운 사람.


크리스마스 오후에 함께 읽으려고 모아둔 크리스마스 관련 책들도 혼자서 읽느라 올해는 각자 자기 책을 읽는 시간을 보냈다. 문장을 스스로 읽고 이해하려는 모든 활동을 응원하면서도 아직은 엄마가 옆에서 신나게 읽어주고 싶은데..


그래도 아직 엄마 무릎을 온전히 떠나지는 않았다. 주말이라 느긋하게 아이 옆에서 <도전왕 밀리> 책을 펼쳐서 소리 내서 읽고 있자 아이가 반짝이는 표정으로 내 곁에 왔다. 그리고 조용히 내 손을 잡고 책을 보며 엄마가 읽어주는 시간을 즐겼다.


아직은 더 열심히 읽어주고 싶은 엄마라서 자꾸 아이의 틈을 엿보며 책을 갖고 서성일 참이다.

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엄마가 읽어주는 책을 더 즐겨보렴.


작가의 이전글강남(에 사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