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29. 아직 학원 말고 서점 다닙니다만...

by Aloha J

원어민 같은 영어 실력을 위한 최적기, 논리력을 쌓기 위한 최적기, 문해력의 기본을 다지기 위한 최적기, 두뇌 발달 최적기, 오감 발달 최적기! 는 모르겠다. 찬찬히 살피지 않으면 이 영유아기는 최고의 인생을 만들 이 위해 뭐든 많이 풍성하게 쏟아줘야 하는 골든타임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도태된다. 그 차이는 단연 6개월만 지나도 수학을 먼저 시작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로 나타나니까. 2024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이슈 하나, [의대 정원 확대]. 덕분에 사교육계는 언제나 호황이지만 거의 초호황시기를 누렸을 거 같다. 6세부터 의대 진학 준비를 위한 특별 클래스가 만들어졌다. 이게 그냥 신문에서 떠드는 이야긴 줄 알았는데, 동네가 동네인 만큼 아, 진짜구나 하는 게 보였다. 엄마들은 16년에서 12년 후 입시를 준비하고 있고, 의예과 합격을 위해 달리는 아이들을 만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는 "피부과가 돈 잘 번데요." 하며 이미 완벽한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고 자신 있게 소개해줬다. 대단한데!



엄마들이 치밀하게 만들어가는 자녀 미래에 대한 청사진은 확실했고, 동시에 엄마의 불안도도 생각보다 높았다.

학교 가기 전에 미리 방과 후 일과를 학원으로 촘촘히 세워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시작해야 하고, 그래야 아이가 학교 가서 고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학교 가서 최상위권을 유지하려면 지금 이런 걸 배워놔야 아이가 공부를 잘하게 된다고 했다.


"00 이는 축구 말고 뭐해요?"

"축구만 해요. 아직 좀 더 놀게 시키려고요. 학교 가면 이제 막 엄청 달려야 하잖아요. 하하.."

사실, 학교 가도 엄청 막 시킬 마음은 추호도 없는데..;; 이렇게 말해야 분위기를 흐리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학원 대신 서점에 다닌다. 하원 후 서점은 여유롭게 책을 고를 수 있어서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스케줄이다. 시간이 여유롭지 않은 날 오후는 가까운 도서관에 간다. 서점과 도서관이 안어도 집에서도 바쁘다.

색종이로 멋들어진 이름의 팽이들을 책을 펴두고 접어야 하고, 어느 날은 부루마블로 1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혼자 노는 것도 해내야 하고, 산책도 가야 한다. 왠지 마음이 달뜬 저녁에는 개운하게 씻고 이불속에 쏙 들어가서 책도 여러 권 읽어야 한다. 앵커블록을 모두 꺼내서 건물도 세워야 하고, 레고로 멋진 작품 만들기도 해야 한다. 가끔은 손맛 좋다고 자부하는 일곱 살 아들내미와 주방에서 같이 저녁을 준비하기도 한다. 빨래도 같이 개킨다. 우리 바쁘다. 진짜 바쁘다. 매일 수학 2장도 해야 한다. 더 바빠졌다. 그래서 학원에 갈 시간이 없다. 주말은 여유로울려고? 그럴 리가. 대청소도 같이 해야 하고 빨래도 같이 개켜야 하고, 동물원도 가야 하고 산에도 가야 하고 자연이 있는 곳이면 엄마가 자꾸 끌고 나간다. 이도저도 내키지 않아 하면 또 주말에도 서점이나 도서관에 간다. 안 질린단다. 평일동안 못 읽었던 책도 실컷 읽어줘야 한다. 좋아하는 닌자고 새 상품 구경하러 레고샵도 가야 한다. 그뿐인가 엄마에게 원하면 언제든지 수시로 안기며 충전도 제대로 해내야한다.

틈이 없어서 아직 학원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급하지 말자, 찬찬히 생각해보자.


작가의 이전글강남(에 사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