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30. 유난이다.

by Aloha J

책을 좋아한다고? 우리 애도 그 나이때는 책 좋아했어.

스마트폰 없이 애 키운다고? 나는 뭐 스마트폰 보여주고 싶어서 보여주는 줄 아니?

책 읽어주면 좋아한다고? 언제까지 그럴꺼 같아?

뜨거운 음식 입으로 안 불어준다고? 뭐? 충치때문에? 지독하다 증말.

그 나이에는 다 갖고 싶지. 뭘 안 사주고 그러니. 그러면 더 결핍 생길껄?

언제까지 텔레비전 안 보여줄 수 있을 거 같아?

그렇게 키우는데 애 성격은 좀 유별난거 같은데?

00이 좀 많이 예민해. 보통 애들은 그렇게 반응 안하는데...

뭔가 남들이랑 다르게 키우려고 하다보면 나중에 실망도 클껄.

애 성공시키려고 지금부터 그러는거 나중에 초등학교만 가도 부모말 안 듣는다.


난 첫애가 노산이잖아. 내가 기력이 없어...그래서 책 읽어주는거야. 제일 만만하잖아.

그리고 나 미디어중독자야. 그래서 후회하고 낙심하면서 지낸 시간이 너무 많아. 그래서 내 새끼는 그런 고통 안 겪으면 좋겠어서. 알지, 나도 애가 둘 이상이면 절대 스마트폰 없이 애 못키운다에 내 손을 건다.

책 좋아하는게 진짠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책을 좀 좋아하는 인생이면 좋겠어서 한 번 해보는거지 뭐. 나 충치 많아..;; 내가 입김 불어주면 내 충치 나누는거라는데? 나 치과 너무 무서워. 아직도 치과가면 너무 무서워. 울 애기는 이런 고통 좀 일찍 안 알려주고 싶어서. 치아 건강도 타고난거라는데, 이왕이면 내가 조심하면 나쁠거 없을 거 같아서...부채가 사실 더 빨리 식혀줘.

결핍이라....정해진 날만 선물 받는걸 아니까 아이가 자제력은 생기던데...물건 사주면 감사할 줄도 알고. 근데 알잖아. 장난감 사주면 유효기간 2주...그래서 자주 안 사고 싶어. 그리고 나 사실 미니멀리스트다. 장난감 쌓이면 나 스트레스 받아.. 텔레비전이건 스마트폰이건 유튜브건 난 별로 지금 안보여주고 싶다니까? 대신 방학되면 극장가서 극장 만화봐. 그걸 좋아하더라고. 울 애기가 지금을 추억할 때 좀 낭만적이지 않을까? 나도 어릴 때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영화보고 뮤지컬 본 거 너무 좋았는데..헤헤

응, 성격이야 뭐 타고난거니까. 내가 유니콘 만들려고 하는건 아니잖아. 성격 뭐 어디서 오겠어. 나랑 남편한테서 닮은거지. 근데 내가 너무 무섭게 키워서 엄마에게 스트레스가 있을거 같아. 많을 거 같아. 애미가 너무 부족해서...그래서 너무 미안해. 나도 너무 체력이 딸리니까 애 힘들게 한거 맞아. 내가 더 잘해야지. 수시로 말 해줘. 엄마가 어른답지 못했다고. 나 이정도면 사과 머신 아닐까 싶다..미안한 거 많아. 그래서 나도 매일 내 마음 훈련하고 공부해. 예민한것도 엄마가 맨날 아프니까 애를 그렇게키운거 같네. 나도 인정. 그래서 이젠 입꾹하고 참고 넘어가는거 하는 중이야. 그냥 바닥 만진 손 입에 넣을 때 막지 말 걸 그랬나. 바이러스 단도리 하다가 더 약하게 큰거 같아. 그래서 입원 자주 했잖아. 하하..;; 항생제도 자주 먹고. 다 내가 그렇게 키운 탓이지 뭐.

예민한거야 엄마가 편안하게 키워야 하는 부분이니 앞으로 계속 내가 바뀌어야지 뭐. 내 사랑이 내 부족을 커버할 날이 오지 않을까.

아, 그리고 난 내 아이가 특별한 어떤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내 아이 달란트는 아직 발견도 못했다. 세상에 천재 모먼트 가진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바로 옆에도 7살인데 나눗셈 이해하는 애가 있어. 대단하지 않아? 우리 애 운동도 소질 없어. 축구도..그냥 체력 키우기로 만족하고 보내지. 수학도 막 엄청나게 잘 하지 않아. 영어는 뭐..황무지고요..ㅋ 영재 모먼트라..그런거 없지. 유난스럽고 까탈스러운 건 좀 있지. 인정.

내가 미디어 제한하고 음식도 가려먹이고 책 많이 읽어주는건...몸이랑 생각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밑작업만 하는거야. 지금말고는 못하잖아. 지금이 골든타임이잖아. 엄마 말 듣는 유일한 시기라잖아..

학교 가면 친구들이랑 이것저것 사먹기도 하겠지. 근데 건강한 게 뭔지 나쁜게 뭔지 어려서부터 알려주면 음식 선택하는데 살짝 고민하는 정도는 하지 않겠어?

초등학교 가서 상위권에 올려두려고 책 읽히는게 아니야. 공부 못 할 수도 있고, 이해하려면 좀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할수도 있겠지. 공부는 좀 떨어져도 책은 좀 좋아하면 좋겠어. 그래서 지금 이렇게 키우는거야. 수학 하루 2장 푸는거 끝까지 해내면 좋겠어. 이해가 안되면 이해가 될 때까지 읽고 애써보면 좋겠어. 끝까지 고민하는 그런 자세는 키워주고 싶어. 그거 뿐이야. 내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어른이 조언해줄 수 없는 세상이라잖아.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스스로 해내려고 애쓰고, 바르게 생각는 걸 선택할 줄 아는 지혜는 갖고 살면 좋겠어. 아, 그리고 사람냄새 나는 사람이면 좋겠어.

유난스러워보이지만, 더 돋보이고 특출나게 하려고 유난떠는건 아니야. 약간 나만의 사명감이랄까. 특출나게 키우려면 지금부터 공부 계획 딱 세워서 아이의 완벽한 미래를 현재로 살아내야지! 사교육도 제대로 된데로 외주 주고 그래야지. 나같이 키우면 특출나게 키우는게 아니야. 돈과 시간을 맘껏 쏟아서 키워야 특출나게 키울 수 있는거야. 영어는 제대로 시작도 안했다. 이거부터가 벌써 경쟁 시장에서 자격 미달이야. 지금이 나처럼 한글 책 읽어줄때냐? 애가 6살 7살이면 얇은 원서책 정도는 즐겨 읽을 수준으로 끌어올려놔야지. 전국에서 내 아이 수학 순위 정도는 5살부터 케어하고 있어야지. 그게 특출나는거야. 지금 우리 애 아직 손가락 구부리며 덧셈 뺄셈 한다. 이건 누가봐도 경쟁 시장에 들어갈 수도 없어. 그걸 내가 모를까. 그러니까 어떻게 자라나 두고보자~~이런 시선은 거둬두렴.

나 그냥 울 애기랑 낭만있게 살고 싶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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