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28. 아이의 일상은 어린이집 입소 전 후로 나뉜다.

by Aloha J

24개월 즈음 활발했던 우리의 문화센터 라이프. 36개월 이후 엄마의 발품과 순발력으로 열심히 참여했던 육아지원센터 영유아 프로그램. 우리의 첫 사교육은 남들과 비슷한듯 조금 느리게 시작했다. 저질체력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외출을 해내기 위해 열심히 사교육의 문지방을 넘나들었다. (그치...사교육이지..ㅋ)가정보육을 마치고 41개월에 처음 어린이집에 입소한 후 활활타는 촛불을 한 번에 훅! 끄는것처럼 아이의 사교육도 순식간에 종료됐다. 영유아 프로그램은 보통 11시나 12시에 진행되는데, 그 시간은 어린이집 활동을 하는 시간이라,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고 생각된다.

아쉬웠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후로 일주일 중 평일에는 우리가 딱히 함께 하는 외부 활동이 갑자기 확 줄어들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 하원 후 금방 저녁이 되었고. 하루 중 아무때나 맘껏 읽었던 책도 자유롭지 못했다. 하원 후 아이가 책을 읽어달라고 하면 딱 그 때는 아이의 저녁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아이와 한 두시간 책을 읽고 났더니 저녁때가 훌쩍 지나 당황하던 적도 적잖이 있었다. 아무것도 아이와 제대로 못한채 그냥 하루가 끝나는 기분이라니...

어린이집 입소 후 몇 주를 그렇게 얼렁뚱땅 지나가면서 아이는 아이대로 엄마가 책을 많이 안 읽어준다고 속상해했고, 나는 나대로 퇴근 후 저녁준비, 아이 돌보기 외에 아이의 마음을 살피고 놀아줄 시간이 부족, 아니 없어져서 혼란을 겪었다. 하원 후 아이의 바깥놀이 시간도 확보해야하는데, 책도 매일 읽어주고 싶은데, 같이 그림도 그리고 놀고 싶은데...우리의 바뀐, 이제 달라져야 하는 일상을 재정비하는데 재빠르지 못했다.

어린이집 적응기동안, 아이는 태어나 처음으로 어린이집 백신을 경험하면서 호되게 사회 생활 신고식을 치뤘다. 딱 한 달이 되던 때 고열과 폐렴으로 소아병동에 입원하게 되었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열, 헐떡이며 힘들게 뱉어내는 호흡, 더 작아진 어깨와 야윈 얼굴에 매일 애간장이 녹고 잠든 아이를 보며 울음이 멈추지 않았지만, 엄마는 씩씩해야 했다.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해 품에 안겨 물 한 모금 넘기기도 힘들어하던 시간을 지나 조금씩 회복되면서 함께 3개의 병동을 아침 저녁 수시로 걸어다녔다. 창밖의 만개한 벚꽃을 보면서 이번 봄은 병원에서 꽃놀이 하네, 하며 아이를 안고 창밖을 바라봤다. 조금 살만해지자 아이는 집에 가자고 졸라댔다. 완치가 아닌 호전상태로 퇴원을 강행했다. 다시 어린이집에 적응해야 하는 점이 염려되었지만, 아프면 더 단단해진다고, 감사하게도 아이는 더 빠르게 어린이집에 적응했다.


입원하는 동안 아이를 안고 누워서 책을 읽어주고, 병원 편의점에 출근 도장을 찍으면서 다시 하루를 온종일 아이와 지냈다. 3주, 혼돈의 시간은 까마득한 옛일같고 다시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새로운 것에 대체로 늦된 엄마에게 잠시 쉬어가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불편한 병원 생활이었지만, 아이에게는 이시간이 아프고 힘든 시간으로 남지 않길 바랬다.

"우리, 지금 캠핑 온거야. 자, 이제 탐험을 시작해볼까?" 하며 운동삼아 병원 이곳 저곳을 걸어다녔다. 환자식과 보호자식을 나눠 먹으며 캠핑왔으니까 특별히 엄마의 간식도 나눠 먹었다. (보호자식에 나오는 과채주스를 굉장히 관심있어했다.) 덕분에 아이는 지금도 몇 번의 입원을 "엄마 우리 그 때 병원에서 캠핑했지? 편의점가서 구운계란도 사먹고!" 하며 신났던 일로 기억해준다. 고마울 따름이다.


입원 기간 계획하고 준비한 새로운 시간표로 아이와의 하루를 채워갔다. 하원 후 적절한 신체활동 후 집에서 해야 할일들의 우선순위를 다시 매기며 가정보육 때처럼 다 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나니 새로운 일상이 제법 안정적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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