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엄마가 오늘 너무 슬픈 일이 있었어.
지난 금요일 퇴근 후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일터에서 발생하는 불쾌한 감정은 퇴근 후 말끔히 잊고 나오는 게 보통인데, 이 날 회의가 굉장히 불만스러웠다. '아, 악덕이네...' 하는 마음이 자꾸 마음의 틈에서 물이 차오르듯 마음을 가득 채워댔다. 업무가 내게만 계속 과중되고 과중되는 결과로 마친 회의. 일부러 퇴근길을 걸으면서 이 감정을 털어내고 내 일상으로 복귀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았다. 아, 나 이렇게 감정적이었나.
아이를 만나러 가는 길에도 마음이 구겨진 종이처럼 펴지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다. 나 왜 이러지.
어린이집 문 앞에서 사랑스러운 내 아이가 엄마 품에 뛰어들었다. 아이가 품에 들어오니 마음이 녹는 게 느껴졌다. 따뜻하고 밝은 기운이 몸으로 들어오는 기분이랄까. 구겨진 종이가 깨끗하게 펼쳐졌다.
다른 날보다 더 꽉 안았다.
내 눈을 보며 아이가 물었다. "엄마, 오늘 하루 어땠어요?"
"음, 오늘 00이 많~이 보고 싶은 하루였어. 근데, 오늘 엄마가 슬픈 일이 있었어."
정말 아이에게 하소연을 하려는 게 아니었다. 아이를 안고나서 기분은 많이 회복되었다.
갑자기 일 년 전인가... SNS상에서 유행하던 '엄마가 슬퍼서 빵을 샀어....'가 생각났을 뿐.
한참 유행하던 때 아이 하원 때 빵을 들고 가서 엄마가 슬퍼서 빵을 샀다고 했더니 아이가 빵을 찾아서 맛있게 먹었었는데, 혹시 또 비슷한 반응일까? 싶은 장난기가 발동했다.
"슬픈 일?"
"응, 슬픈 일이 있었어."
"무슨 슬픈 일이요? 뭔데요?"
어랏, 예상 반응이 아니다. (재미있어진다!) 아이는 내 표정을 찬찬히 살피더니 갑자기 두 손으로 내 볼을 쓰다듬었다. (어? 진짜 신기한 반응이다.)
계속 무슨 일로 슬펐냐고 묻는 아이의 반응에 아이의 마음이 한 뼘 더 자란 걸 느꼈다. 이젠 상대의 감정을 살필 줄도 알게 되었구나. 대견하고 뭉클한 순간이었다.
"00 이가 너~무 보고 싶은 거야. 다른 날보다. 그래서 많이 슬펐어."
"나도 엄마가 정말 보고 싶었어요." 하며 씩 웃는 아이.
어른인 내가 아이에게 이렇게 감동을 받고, 도움을 받고, 위로를 받는구나.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것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아이로 인해 엄마의 세상도 따뜻해지고,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