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45. 강남 엄마 vs 강북 엄마

by Aloha J

몇 년 전, 전 직장에 다닐 때 친했던 후배가 아이를 출산하고 연락이 왔다.

육아휴직이 끝나기 전 어린이집 입소 대기를 신청했는데, 입소 확정 연락이 왔다고. 아이는 18개월이고, 어린이집 하원 후 다른 교육, 특히 영어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냐며 궁금해했다.

18개월에 아이 영어를 손대본 적이 없어서 난감했다.

"언니, 언니는 강남 엄마잖아. 영어는 기본으로 하지?"

강남 엄마? 사실 내게 이런 호칭을 붙여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내가 강남에 사니까 강남엄마구나..

그나저나 18개월에게 영어라..;;허헛..;;;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직감하고 당황했다.

어린이집에서 당연히 연령별 발달 과정에 따라 보육과 적절한 교육이 함께 제공될 거라 믿고 지냈고, 사교육으로 영어는 고민해 본 적이 없어서 특별한 답을 주지 못했다.

"만 3세 반(5세 반)이 되면 그때부터 미술 수업, 체육 수업과 함께 과학, 영어 수업이 대부분 시작되지 않아?

00 이는 41개월까지 나랑 집에서 있었어서... 18개월은 오감 자극에 관련된 활동이 많이 있을 것 같은데, 확인은 원에 직접 해보는 게 어때?.;; 도움이 못 되어서 미안하다.."

가장 확실하게! 궁금한 어린이집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는 방법을 제안했다.

"언니! 영어? 과학? 여기 강북이야. 그런 어린이집은 흔하지 않아!"

"응? 그거 의무 교육 과정 아니야?"

"하이고... 이 언니 봐라..."

나처럼 첫 아이의 어린이집이고, 동네 한정으로 살펴보느라 모든 어린이집의 커리큘럼(?)을 알지 못하겠지만, 그녀가 사는 동네에는 어린이집이 보육에 더 집중하는 모양이었다.

아,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에 등원하게 되면 어떤 걸 배우고 어떤 일과를 보내게 되는지에 대해 입소 허가가 나고 첫 오리엔테이션을 받는 날까지 특별하게 고민한 적이 없었다. 전문 교육가의 오래된 경력도 신뢰하지만, 이 작은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무슨 거창한 걸 배울까 싶었다. 사실 제일 필요한 건 사회성을 배우는 게 아닐까? 아이의 첫 사회생활의 확장이 시작되었으니 말이다.


그녀와 통화의 요지는 그 동네는 18개월 아이가 다닐 반에는 영어 수업이나 과학 수업이 없어서 하원 후 스케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것이었다. 종일 일하는 엄마 입장에서 충분히 고민이 될 일이었다.

다행히 그녀에게는 아이를 하원 후 돌봐주실 시댁이 가까이 있어서 더 큰 고민은 하지 않았지만, 아이의 교육에 대해 굉장한 열정을 갖고 있음이 느껴졌다. (뜨끔...)


그날 전화를 끊고 생각해 봤다. 내 아이가 18개월일 때 나는 뭐 했지? 아, 문화센터, 책놀이, 놀이터 산책, 동네 산책, 한강 산책.. 죄다 산책이네.. 집에서 채소 잘라 먹이고, 과일 먹이고, 세면대에서 물놀이하고, 커다란 전지 벽에 붙이고 둘이 크레용 들고 놀았구나... 하루종일 아이를 안고 노래해 주고 낮잠과 밤잠을 꼭 잘 재우는 일에 굉장히 공을 들였지. 영어는 생각도 안 해봤네..;

사실, 북악산자락이나 북촌 한옥 마을, 은평 한옥마을을 굉장히 선호하는 내가 사람과 미세먼지, 차와 고속도로로 둘러싸인 이 강남 한가운데 사는 것도 신기하지..


내가 사는 동네가 아이들의 교육에 진심이라 어린이집 프로그램조차도 내게 무난한 만족감을 준건 아닐까 생각해봤다. 그렇게 따지면 이것 또한 감사할 일이구나. 나는 강남에서 아이를 키우기에는 너무 긴장감이 떨어지는 건가 했더니, 교육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이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거네.


교육 인프라로 따지자면 강북에도 굉장한 학군지가 몇 곳 있던데..;; 이건 한강을 끼고 위쪽 아래쪽 문제가 아니라 서울 라이프에 적합한 마인드인지 아닌지의 차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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