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44. 집안일, 같이 하는 거야.

by Aloha J

하원 후 "손 닦고 가방 정리부터 하자."

입학을 앞둔 요즘 아이에게 훈련시키는 루틴, 책가방 스스로 정리하기이다.

오자마자 씻는 날은 스스로 옷을 벗고 세탁실에 벗어둔 옷을 다 분리해서 올려두는 것까지 아이가 해야 할 몫이다.


"00아, 식사 준비 같이 하자."

저녁 시간, 제 공간에서 열심히 놀고 있는 아이를 부른다. 놀이에 집중하는 날은 반응이 한 템포 느리기도 하지만. 대체로 엄마의 부름에 잘 반응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엄마, 내가 저녁 준비 도와줄게요."

"응, 같이 해. 여긴 00이 집이니까 뭐든 같. 이. 하는 거야. 도와주는 거 말고 같이 하는 거야.

밥 하는 거, 청소하는 거, 집안 정리하고 돌보는 거 뭐든 우리는 같이 하는 거야. 여기는 우리 집이니까.^^"


아이와 남편에게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한 입장을 반복해서 알리고 있다. 돕는 게 아니라 같이 한다는 거.

식탁을 행주로 닦고, 수저 놓는 것은 능숙하게 잘한다. 식사 후 제 그릇을 하나씩 싱크대로 옮기는 것도 제법 잘 해내는 중이다.


몬테소리 교육을 경험해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자꾸 닿지 않았다. 몬테소리로 어릴 때부터 자기 주도적인 생활 습관을 훈련받은 아이들을 보면서 아, 어리지만 이 정도는 할 수 있구나!

내가 아이의 능력을 과소평가했구나 싶어서 아이를 집안일에 함께 참여시키기 시작했다.


5살이 되면서 아이는 엄마와 함께 빨래를 개키기 시작했다. 더 어릴 적에는 개켜놓은 빨래를 두 손으로 들고 옷장 앞에 가서 서랍을 정확하게 찾아서 넣어두었다. 시킨 적도 없고, 굳이 말해준 적도 없지만, 아마 아이에게는 그것이 놀이였던 것 같다.

엄마의 한 팔에 안겨 빨래를 개켜 넣는 모습을 매일 본 덕분일까... 너무 귀여워서 폭풍칭찬을 쏟아냈더니 그 뒤로 빨래가 풀어져도 서랍게 꾸역꾸역 넣고 박수를 쳤다.

5살, 엄마 옆에서 처음 가제 손수건을 접었다. 접었다고 하기는 힘들었지만, 나름 열심히 집중하며 접는 아이.

그 모양이 맘에 안 들었는지 어떤 날은 "나는 안 이쁘게 했어!" 하며 낙심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수건을 펼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결국 방법을 바꿨다. 같이 해보고, 따라 하기.

아이의 두 손을 엄마의 손과 포개어 수건 접는 방법을 알려줬다. 이틀에 한 번꼴로 아이에게 수건을 맡겼더니, 수건을 바닥에 두고 벌떡 일어나 사방을 따라 움직이며 곱게 펼쳤다. 수건 하나 개키는데 온몸을 사용하더니 결국 더 큰 수건도 도전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개킨 빨래는 웬만하면 다시 개키는 일이 없다. 설령 엉망으로 접혔어도 아이의 성취감을 예쁘게 다시 개킨 빨래와 바꾸고 싶지 않아서다. 해냈다는 마음을 매일 담아주고 싶어서 함께 빨래를 개킬 때마다 "00이랑 함께 하니까 정말 큰 힘이 된다! 고마워!" 하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덕분에 수건뿐만 아니라 제 속옷, 겨울에는 내복도 개키고 있다.

이젠 빨래 개키는 시간에는 으레 수건과 속옷을 제 쪽으로 갖고 간다. 함께 빨래를 개키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즐거움도 놓칠 수 없는 큰 행복이다. 함께 빨래를 개키다 보면 어떤 날은 아이가 수다쟁이가 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엄마가 개켜야 할 것을 호기롭게 더 가져가기도 한다. 어떤 날은 빨리 끝내고 제 놀이를 하러 달려가기도 하지만... 이 폭닥거리는 시간이 소중해서 빨래 개키는 일이 즐거워졌다.


자기 전 집 정리도 아이와 함께 한다. 아이를 재우고 뒤늦게 집안을 정리하는 일은 엄마에게도 힘든 일이다. 항상 아이와 함께 잠들기 위해 씻고, 정리하는 것을 아이와 비슷한 시간대에 해내고 있다. 아이를 씻긴 후 엄마가 씻을 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한다던지, 책을 읽고 싶다면 시간을 주고, 재빨리 씻고 나온다. 그리고 함께 집안을 정리한다. 색종이, 책, 연필, 색연필 등... 아이가 어질러둔 공간을 함께 치우고 나면 "아! 깨끗해서 좋다!" 하는 아이의 웃음으로 마무리한다.

말끔하게 씻고, 집안도 함께 정리하고 나면 하루가 마무리되는 기분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만나는 깔끔한 공간은 엄마에게도 좋은 시작이니까.

엄마와 함께 코오 자고 싶어 하는 아이라, 이 모든 일이 가능했다. 엄마가 자기를 재운 후에 옆에 없는 걸 아직 싫어해서 함께 집안을 돌보는 루틴을 만들 수 있었다.


집안을 함께 돌보는 일상이 익숙해질 때까지 자연스럽게 참여시키고 응원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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