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47. 만화책과 책

by Aloha J

아이의 독서량은 매일 차이가 있지만, 한 주를 통틀어 보면 탄탄하게 그 총량을 지켜가는 중이다. 텔레비전이 없고, 유튜브의 메커니즘을 모르는 때라 아이는 결국 심심하면 책장 앞에서 시간을 즐기는 방법을 모색한다. 예전에 도서관에서 한참을 읽은 책은 주로 로보카폴리 인성동화와 우주 소방대 레이였다. 로보카폴리는 나름의 교훈과 지식을 전달해 줄 수 있어서 맘껏 읽었다. 책꽂이에서 어느 날 스스로 집어 온 우주 소방대 레이는 애니메이션 장면을 책으로 담은 형식이었다. 쉽게 말해 만화책이었다. 생소한 캐릭터임에도 아이는 만화책에 큰 흥미를 보였다. (아, 엄마 아들 맞다... 엄마는 굉장한 만화책광이었다. 지금도 만화책을 좋아한다. 조절할 뿐이지...)

어느 날 우주 소방대 레이 책만 2시간을 꽉 채워 읽고 온 날이 있었다. 집에 오면서 만화책을 지금 나이에 노출해도 괜찮을지에 대해 고민이 생겼다. 글을 알려주고, 문장을 읽어주면서 아이의 생각 주머니를 넓혀주는데 만화책은 딱히 그 영역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책 읽기를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료를 찾아봤다. 역시나.!

만화책을 읽을 때와 책을 읽을 때의 뇌의 활동 반응은 현저히 다르다는 과학정보를 발견하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나 도파민과 전두엽 (특히 전전두엽)의 관계를 대략적으로라도 알고 있을 것이다. 만화책은 독서를 할 때와 완전 다른 뇌 활동 반응이 일어나서 사실상 놀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독서 활동할 때는 전두엽 기능이 활성화되지만, 만화책은 전두엽 활동에 반응이 없었다는 연구 결과까지 책에 대한 내 입장을 결정짓는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어릴 때 독서습관을 잘 세워줘야 하는 강한 이유가 되기도 했다.

동화책을 펼치면 그림을 살피고 문장을 찬찬히 따라가지만 , 만화책은 책장을 넘기는 속도도 빠를뿐더러 대충 훑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한참 만화책을 읽을 때 어떤 내용인지 슬쩍 물어보면 확실히 답하지 않았다. 반면 글을 읽고 동화책을 읽으면 내용을 기억해서 문장을 따라 읊기도, 그림 설명도 곧잘 해냈다. 만화책이어도 그 속에 있는 모든 내용을 꼼꼼히 살폈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었겠지만, 아이는 정말 그림을 휙휙 소비하는 정도로 만화책을 대했다.


엄마에게는 아이를 위한 적절한 허용과 제한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만화책을 읽는 것은 일반 책을 읽는 것과는 다른 활동임을 수시로 설명했다.

그리고 만화책을 한 권 읽으면 동화책을 꼭 3권씩 같이 읽기로 약속했다. 책이 익숙한 아이는 흔쾌히 엄마의 의견을 받아줬다.

또한 만화책을 선택하는 기준도 알려줬다. 우리에게 허용되는 만화책의 주제는 반드시 유익한 지식과 정보를 담고 있는 것으로 주제의 기준을 정했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우주, 성경, 이순신 장군의 역사 세 분야가 들어왔다. (물론 다 사이사이 글로 된 설명과 사진이 충실하게 들어있다.) 아이는 여전히 만화책은 빠르게 넘기며 그림을 보는 정도로 즐긴다.


한 번 들어온 만화책은 최소 2주 정도 아이가 가장 많이 찾는 책이 되고 있다. 조급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의 즐거움의 영역이니까. 대신 우리의 약속, 동화책 3권과 세트로 진행하는 부분은 철저하게 권하고 있다.

지금은 아이가 글 책을 통해 생각하고 상상하고 기억하는 작업을 습관을 들여야 하는 때라고 생각한다.

스마트폰의 노출에 대한 고민만큼 만화책이나 게임에 대한 허용과 제한은 언제나 중요한 고민거리이다.

엄마의 결정과 지도가 아이에게 과한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받아들여질 그 포인트 어딘가를 찾기 위한 일은 아직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당분간 엄마의 만화책과 일반책 적절한 조율활동은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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