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48. 위인 전집을 실패했다.

by Aloha J

유아기 때 아이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책 중 하나는 아마 자연관찰책이 아닐까 싶다. 자연은 아이들에게 참 흥미롭고 매력적인 주제다. 아이도 꽤 오랫동안 자연관찰책을 읽고 읽었다. 새벽에 갑자기 일어나서

"책 읽어주세요!" 하면서 자연 관찰책을 몇 권 꺼내 들던 날도 있었을 만큼... 아이는 자연을 즐겁게 배웠다.

조금 더 크고 4살 즈음, 국립국악원에서 처음 만난 '신기한 스쿨버스' 책도 바로 한 질을 모두 들여올 만큼 아이는 과학에 큰 재미를 느꼈다. 자연관찰책, 과학책, 동화책으로 가득 채운 책장에 어느 날 위인전 한 권이 들어왔다. 어린이집에서 역사 수업을 시작하면서 아이 마음속에 역사에 대한 새싹이 솟아올랐다.


한 달 동안 배운 역사 인물에 대한 책을 월말에 집으로 갖고 오는데, 집에서도 읽고 또 읽었다. 특히 아이 마음에 훅 들어온 위인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 이순신 장군 이야기에 정말 매료된 아이는 도서관에 가서도 이순신 장군의 다른 이야기를 찾아서 읽을 만큼 그 열정이 대단했다. 그뿐인가 전쟁기념관에 설치된 거북선 모형 앞에서 꼼짝도 안 하고 그 거북선을 한참이나 감상했다. 충무공 이순신처럼 되고자 폼폼이 달린 겨울 모자에 한복에나 어울릴법한 작은 매듭 노리개를 달고 어리에는 머플러를 질끈 묶고 장난감 칼을 들고 매일 이순신 장군놀이를 했다. 지금도 하고 있다..;; 우리가 만든 거북선이 도대체 몇 척이더라.... 나무로 된 거북선, 스티로폼 재질의 거북선, 옥스퍼드 레고 거북선. 정말 많은 형태의 거북선과 적군의 배를 같이 만들었다.

장난감 칼도 이순신 장군 칼로 고르고, 생일 선물도 이순신 책을 받았다.

오, 이 정도면 위인들에게 흥미가 있겠군. 위인전집도 읽혀야 할 때가 있다는데! 하는 생각으로 위인전집을 살펴봤다.


보통 집에 새책이 오면 우리는 들뜬 축제 기분이 된다. 책장에 정리하기 전 거실 바닥에 촥 펼쳐두고 어떤 책이 있을까 살피며 그 자리에서 몇 권을 연달아 읽는 즐거움이 있다. 위인전집을 집에 갖고 온 날, 아이는 여느 때처럼 관심을 보였다. 어린이집에서 배운 인물 위주로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광개토대왕 같은 인물을 찾아서 읽었다. 그 외에 다른 위인책은 눈길을 주지 않았지만 찬찬히 볼 거라고 기대했다. 책을 정리해서 올려두자 아이는 몇 권을 펼치고 보더니 금방 책을 덮었다. 어떤 책은 그림이 무섭게 그려졌다고, 어떤 책은 멋지지 않다며 위인전집을 꽂아둔 칸으로 손을 뻗지 않았다.


나의 아이에게는 글의 내용만큼이나 삽입된 그림의 분위기도 굉장히 중요하다. 근데 위인전집은 완벽하게 실패했다. 8개월이 넘도록 눈길을 주지 않았다.

결국 아이와 상의 끝에 위인전은 치우고 아이가 좋아하는 책 위주로 다시 채우기로 결정했다. 위인전은 아이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대신 원에서 보내주는 위인전은 여전히 열심히 보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성공한 위인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안용복, 감강찬 장군, 세종대왕 정도랄까...

이번에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유아기때 추천되는 책의 종류가 꼭 맞아 떨어지는 건 아니라는거..

아이마다 성향과 취향이 다양하듯, 내 아이에게 맞춘 책을 소개해주는 게 맞다는 거..

괜찮다, 아직 우리에게는 위인들을 만날 시간이 많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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