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49. 장난감을 치우는 방법.

by Aloha J

미니멀리스트인 엄마는 아이에게 지속 가능한 놀잇감을 제공하고 싶었다. 아이의 첫 놀잇감은 보드라운 오가닉 면으로 만든 곰인형이었다. 먼지 날림이 적고, 세탁, 건조도 가능해서 아이 입에 들어가도 유해하지 않은 놀잇감이었다. 그 뒤 아이가 앉으면서 편백나무로 만든 동물 놀잇감을 들였다. 단풍나무를 깎아 만든 반들반들한 나무 블록도 한 세트 들이며 아이와 나무로 만든 놀잇감으로 놀았다.

최대한 플라스틱 노출을 줄이고자 자연에서 놀잇감의 소재를 찾았다.


명절, 사촌 형의 로보카 폴리를 처음 만나면서 아이는 플라스틱 장난감에 눈을 떴다. 그 로보카 폴리가 약국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자 아이는 폴리, 로이, 엠버, 헬리를 원했다. 비슷한 시기, 자동차에 열광하던 아들은 로보카폴리에서 꼬마버스 타요로 세계관을 확장시켰다. 그래서 우리 집에 타요와 친구들이 제법 들어오게 되었다. 그뿐인가 어린이집 생활이 시작되면서 핑크퐁과 아기 상어 인형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5살부터 헬로카봇 마니아인 한 아이로부터 시작된 헬로카봇 열풍이 우리 집에도 거세게 불어왔다.

완구 말고 놀잇감으로 아이와 놀기를 바랐던 내 양육 입장에 큰 쓰나미가 덮친 기분이었다. 아이 아빠가 남자는 기죽지 말아야 한다며 아이에게 헬로카봇을 계속 수시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악!!!) 한 상자로 충분히 정리가 되던 완구들이 어른 무릎까지 오는 거대한 헬로카봇들이 들어오면서 거실 반을 차지할 정도였다.

나와 상의도 없이 갑자기 쏟아내는 헬로카봇 때문에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다.


독점 육아가 계속되는 상황에, 아이 아빠는 너무 섣불리 경솔하게 아이의 질서와 규칙을 흔들어놨다.

자제력을 가르치지 위해 장난감 받는 날을 정해서 사주는데, 그날을 모두 무시했다. 약속이 무너지면서 아이가 새로운 헬로카봇을 계속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내가 실수했네.. 난 이 정도 있으면 만족할 줄 알았지."

"장난감을 갖고 있는 걸로 만족하는 아이가 어딨 어... 이젠 내 약속을 다시 따라줘. 아이에게 혼란을 준 건 어쩔 수 없지만, 다시 해낼 수 있어."

아들 기죽이지 않겠다고 시작한 아빠의 커다란 실수는 다행히 바로 잡을 수 있었다.


함께 로봇 정리하기, 깨끗하게 정돈된 공간 보여주기를 계속했더니

"엄마, 깨끗해지니까 정말 좋아요!" 하며 장난감이 정리된 공간을 좋아했다.


헬로카봇이 집에 들어오면서 아이와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다.

"00 이가 지금 헬로카봇을 정말 잘 갖고 놀지? 그럼 여기 타요랑 폴리랑 친구들은 어때?"

"이젠 싫어."

"응~싫었어? 미운 건 아니고 관심이 없어진 거지?"

"네."

"그럼 싫은 거보다는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 거네?"

"네, 더 이상 안 좋아요."

"그럼 이 친구들을 좋아해 줄 수 있는 곳으로 보내는 건 어떨까? 요새 우리 집에 장난감 정말 많지!

안 노는 장난감은 우리 집에 쌓여있으면 짐이 되고, 우리가 누려야 할 공간을 차지하게 되거든.

집이 정리되고 넓게 쓰면 좋지?"

"네, 너무 좁아졌어요."

"그럼 우리 안 노는 장난감은 보내주자. 그래야 나중에 장난감 받는 날 00 이가 원하는 장난감이

들어올 있는 공간이 생기거든."


매번 좋아하는 장난감이 바뀔 때마다 이런 패턴으로 아이에게 정리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처분을 제안했다. 새로운 장난감이 오려면 집에 있는 장난감 중에 더 이상 놀지 않는 장난감을 치워야 한다는 기본 규칙이 세워졌다. 덕분에 아이는 기꺼이 즐겁게 장난감을 보내고 새 장난감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엄마, 장난감 새거 사려면, 안 쓰는 장난감 보내줘야 하죠?"

하며 자신이 더 이상 놀지 않는 장난감에 대해 대체로 의연하게 잘 정리한다.

가끔 치워도 되는지 물을 때

"이거 놀 거예요!" 할 때가 있다.

1년이 넘도록 상자에서 꺼내지 않았던 장난감인데 놀 거라고 할 때는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00아, 이거 우리 안 논지 1년이 넘었어. 요즘 즐겁게 노는 장난감은 저거잖아? 엄마 생각에는 예전에도 안 놀았던 거라면 앞으로도 안 놀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조용히 한참을 생각하고는 "네, 안 놀 거 같아요." 하면 치우고 "아니요~놀 거예요." 하면 얼마동안 더 우리 집에 남겨둔다.


쓸모를 다한 물건을 제때에 치우는 자세, 공간을 정리하며 돌보는 기쁨을 가르치며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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