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57. 꼬마 건축가

by Aloha J

우리 집에 레고가 들어오기 전 묵직한 돌가루로 만든 돌블록, 앵커블록이 먼저 들어왔다.

자연친화적인 놀잇감이면서 소근육도 자극하고, 건축물을 만드는 과정 속에 아이의 상상력도 발휘할 수 있어서 오랫동안 살피다가 4년 전 크리스마스 선물로 마련한 블록이다.

묵직한 돌블록을 모두 하나씩 일일이 오일링작업을 해서 건조한 후 사용해야 해서 아이가 낮잠 잘 때 부지런히 며칠을 오일링작업을 했던 기억도 있다. 그렇게 정성을 들여서 마련한 블록.

처음에는 엄마와 평면도면을 만들어 놀았다. 블록을 한 줄씩 세워서 큰 방도 만들고 주방도 만들고, 화장실욕실을 만들었다. 그 안에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피겨들을 넣어서 한참을 놀았다. 한 번 구성한 멋진 집은 일주일정도 아이가 두고 보며 만족해했다.

제법 잘 노는 놀잇감이지만, 정리하는 게여간 일이 아니라, 상자 안에 하나씩 오와 열을 맞춰 넣는 것 때문에 모두 꺼내서 노는 건 주말에 주로 하고 있다.

이 앵커 블록이 빛을 발하는 시기가 바로 12월이다. 성탄절을 기다리며 멋진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고 그 앞에 앵커 블록으로 건물을 세워둔다. 4년 전에는 스타터 세트로 작은 건축물을 만들었다.

엄마가 만들면 옆에서 블록 하나를 같이 올리며 관찰하는 정도였는데, 2년이 지나가 아이 혼자서 작은 건축물 하나를 뚝딱 만들었다. 더 크고 웅장한 성을 만들고 싶어 해서 설계가이드 책을 펼쳐두고 같이 만들면서 크리스마스트리 앞에 우리만의 크리스마스 빌리지를 만들기도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아이는 트리를 다 만들고나더니

"엄마, 앵커 블록으로 이제 건물을 멋지게 세울 거예요."

한다. 8개의 블록 상자를 모두 꺼내서 뚜껑을 연다. 오일냄새가 스며든 특유의 앵커블록 냄새가 공간에 퍼져나갔다. 우리의 건축이 시작됨을 알리는 설레는 냄새다.

작년에는 아기 예수님이 있을법한 멋진 교회를 만들더니, 이번에는 엄마는 교회, 아이는 멋진 성을 짓겠단다. 이미 잘 시간을 넘겼지만, 아이는 오늘 꼭 멋진 건축을 완성하고 자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1시간 남짓 우리의 건축이 시작되었다. 중간에 지붕이 무너져서 살짝 좌절할뻔한 순간이 왔지만

"00아, 무너져서 속상하겠다.. 근데, 괜찮아. 원래 건축가는 무너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지!"

"맞아! 나는 건축가야! 다시 할 거야!"

좌절하지 않고, 무너진 건축물을 다시 세워갔다. 10시가 넘어서 비로소 완성한 건축물을 둘이 나란히 앉아서 감상했다.

"앞에 대문 부분 정말 멋진데? 00 이의 건축 실력이 훨씬 성장했네!"

"엄마가 만든 교회도 멋져요."

아침, 출근 준비하는 아빠를 부른다.

"아빠! 내가 만든 이 건축물 좀 보세요! 멋지죠? 내가 건축가거든요!"

밤새 이 뿌듯한 아침을 기다렸을 귀여운 꼬마 건축가의 마음이 사랑스러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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