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교육열이 더 뜨거워졌다.
취학 통지서를 받았다. 이제 초등학교 입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더욱 실감 난다.
운동수업이 있는 날, 또래 엄마들의 이야기가 더 촘촘해졌다. 어디 레테를 봤다, 이젠 논술을 더 시키려고 등록했다. 유치원 방학 동안 수학 특강 등록을 했냐. 영어 학원을 한 개 더 늘리려고 한다. 초등학생 준비를 위해 엄마들의 정보력이 한껏 더 물오른 그 주제에 끼어들 틈 없이 없다.
엄마들의 대화의 팔 할이 학원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12월이 되고 나서 부쩍 학원 이야기로 모든 대화가 꽉 찼다.
그 와중에 내 마음속에서는 줄넘기를 언제 시작할까. 태권도가 좋을까 검도가 좋을까. 수영은 대기 신청이 잘 되었는지 다시 확인해야 할까?
피아노는 배워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우후죽순처럼 자라났다.
"그럼 , 아이들은 몇 시에 집에 와요?"
"학원 마치고 집에 오면 7 시인 날도 있고, 8시에 끝나는 날도 있어요."
캄캄한 밤이 되어서야 오는구나. 문득 저쪽에서 열심히 뛰면서 운동을 배우는 아이들이 대단해 보였다.
이렇게 바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구나. 운동에, 학원 공부에, 숙제에...
아직 한참 어려 보이기만 한 건 나의 지나친 감성인가. 이미 그들은 앞으로 12년 동안 해내야 할 루틴을 지금부터 몸에 차근차근 익히고 있는데..
아직은 좀 더 놀리고 싶고, 아직은 더 마주하며 사랑을 주고 싶은 내 마음이 확실히 강남 엄마 스타일은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근데..."
한 엄마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집에서 공부하는 습관은 전~혀 없어요. 진짜 그거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집에서는 공부 안 해요. 그러니까 학원으로 전문가에게 맡기는 거죠."
그렇게 하루 종일 열심히 학원에서 공부하는데, 집에 오면 쉬고 싶은 마음이 아이라고 다를까.. 엄마의 안타까운 마음과 아이의 마음이 모두 이해가 되는 한 마디였다.
아이를 재우고 생각의 정리가 필요했다.
지금 나와 함께 하루 2장씩 하는 수학문제 풀기와 이제 시작할 영어 책 같이 읽기, 그리고 앞으로도 가장 중요하게 지켜주고 싶은 독서 습관 외에 학습을 위해 내가 너무 안일했나?
아직 사교육현장에 입장하지 않은 이유는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갖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이유였는데, 지금 내가 너무 부족하게 시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학원에 가면 수학 공부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신나는 보드 게임도 시켜준다고 하는데, 엄마랑 하는 맨날 같은 보드게임 말고 더 다양한 자극을 줘야 내 아이도 저 아이들만큼의 다양성을 경험하게 되는 걸까?
그나마 감사한 건 어릴 적부터 열심히 사모은 보드게임에 이제 좀 재미를 알아간다는 것이다. 그래, 이거 진짜 재미있다니까?!
다른 아이들을 가르칠 때 신기한 것 중 하나는 '칠교로 모양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이를 아직 못 만났다는 사실이다. 초1.2 아이들에게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는 칠교인데, 우리 아이도 이틀 전 칠교로 모양 만들기를 하더니 "아, 어렵네... 이건 조금 재미가 없다." 했다.
앗! 비상! 칠교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아가, 근데 칠교가 초등 교과 과정에 있어..;;즐겁게 해내는 방법을 찾아서 아이에게 소개해줘야겠다.
예체능은 배우게 하고 싶지만, 학습 쪽 사교육은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 엄마들의 대화를 곁에서 들으면 나만 너무 뒤처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목적을 생각한다. 나는 아이가 스스로 계획하고, 해야 하는 의미를 찾고, 해내는 공부를 하길 바란다.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가지려면 스스로 공부할 시간과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교육을 조금 미뤄둔 것이다. 엉덩이 힘을 사교육의 어느 교실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공간에서 자신의 시간으로 키우길 바란다.
나눌 정보가 없지만, 아이 교육의 방향성이 좀 다르지만 상황에 맞게 수정해 가며 아이와 이 길을 함께 가고 싶다는 마음은 굳건하다.
분명 앞으로도 요즘처럼 혼란스러운 날도 있을 테지만, 아이의 공부의 목적, 공부의 방향성을 이미 정한 이상 이 길이 사서 고생이 될지언정
아이에게 좋은 양분이 된다면 끝까지 가보겠다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