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영어 공부 같이 할래?
내 아이의 영어 공부 목적은 수능 만점, 토플 만점, 내신 1등급이 아니다. 경계가 무너진 지구촌에서 아이가 정제되지 않은 오리지널 지식을 편안하게 찾고 습득하고 자기 것으로 재해석해나가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영어를 아이의 편안한 도구로 만들어주는 게 목적이다.
그래서 영어 공부의 방법을 달리 설정하고 아이와 함께 하려고 지금은 기초작업을 준비하는 중이다. 아이가 영어를 언어로, 도구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그럼 엄마는 영어를 잘하냐고? 대한민국 공교육 12년의 영어 수준이다. 시험에 최적화된 영어 교육에 길들여진 수준이다. 중학교 때 같은 반에 영어를 참 잘하는 친구가 있었다. 성적도 상위권인데, 특히 영어를 갖고 노는 아이였다. 부러웠다. 영어를 갖고 노는 아이. 팝송을 즐겨 듣고, 따라 부르고,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자막 없이 보는 그 아이를 보면서 도대체 어떻게 하면 저런 실력을 갖게 되는지 궁금했다.
넌 영어 공부 어떻게 해?라고 물어볼 용기는 없어서 손에 든 책만 흘끔거렸다. (용기 좀 내볼걸...)
고등학교 때에도 영어 발음이 굉장했던 아이가 있었다. 파닉스로 유명한 영어 학습지를 초등학교 시절부터 꾸준히 했다는 아이. 10년이 넘은 마니아급의 학습이 빛을 발했다. (아, 나도 중학교 때 1년 했었지...)
영어 학원을 보내달라고 하기에는 학원의 학습 목적과 나의 목적의 결이 달라서 포기했다. 그래서 EBS를 선생님 삼아 영어 주변을 얼쩡거렸다.
강제성과 공부의 목적이 약했던 터라 상황에 맞게 들쑥날쑥했더니 영어는 큰 도약은 하지 못한 수준이다.
여전히 엄마는 영어는 잘하고 싶지만, 고만고만한 수준이랄까..
아이의 영어 공부를 준비하면서 엄마의 영어도 다시 시작해 본다. 분명 아이의 영어 실력이 엄마를 훌쩍 넘는 날이 생각보다 빠르게 오겠지만, 엄마의 영어 목적 또한 다르지 않다. 지구촌을 살아가면서 영어를 내 도구로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 또한 아이와 영어로 깊은 대화를 이어가 보든 것. 함께 유수의 세계적인 강의를 편안하게 들어보는 것.
이 나이에 무슨.... 이란 생각이 들다가도, 90세에도 아침마다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계시다는 어르신의 기사가 자꾸 떠오른다.
해보자, 안 하고 후회하고 미련만 남는 것보다는 분명 나을 테니까.
지금 당장 가정 경제를 위해 더 고민해야 하는 시기일 텐데, 공부라니 너무 사치인가 싶으면서도 꼭 해내고 싶은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난 왜 항상 현실 앞에서 이상을 함께 좇는 태도를 버리지 못할까... 아..
아이의 입학과 함께 엄마도 완성하지 못했던 목표를 다시 도전하는 인생학교 입학이 시작되는 기분이다.
아들, 우리 영어 공부 같이 하자. 엄마도 최선을 다 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