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62. 새벽

by Aloha J

이른 아침,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졌다. 방안의 온기가 빠져나갈까 살며시 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식탁에 앉아서 잠시 조용한 시간을 즐겼다. 컨디션이 괜찮은 날은 이렇게 오롯이 즐기는 새벽이 참 좋다. 이 얼마만의 시간이야! 하는데 방 안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 엄마...." 앗, 아이가 엄마가 나간 자리를 느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눈에 눈물이 고여있다.

"엄마가 없어졌어..." 아이고.. 아직 아기네, 아기야. 토닥토닥 재우면서 "엄마, 지금 거실 환기 시키고 있어. 00이 일어났을 때 환기 시키면 너무 춥잖아? 환기만 다 마치고 정리하고 얼른 다시 올 거야. 자고 있어야 해?" 아이가 실눈을 뜨고 내 손을 잡았다.

"눈 꼭 감고..." 손을 부드럽게 매만지면서 아이를 진정시켰다. 머리도 한 번 쓰다듬어주고, 얼굴도 비벼줬다. 금세 다시 잠든 아이를 확인하고 식탁으로 돌아왔다. 한 시간쯤 지났다. 아이의 하루가 시작되려면 30분 정도 남은 시간이었다. 마음 한 켠에서는 혼자만의 시간을 좀 더 갖고 싶었지만, 약속했으니까... 다시 돌아오겠다고. 그새 차가워진 손발을 비비며 식탁과 주방 불을 끄고 방으로 들어갔다.

옆에 눕자 아이가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팔베개하고 아이를 안아주니 포록 안긴다. 이젠 제법 길어진 다리가 구부린 내 다리와 맞닿는 게 기특하고 대견한데, 차가운 엄마 발에 놀랄까 봐 발을 슬쩍 빼려고 하니 아이가 엄마 발 위로 제 발을 올렸다. 그리고 따뜻한 아이 발로 엄마 발을 비벼줬다. 아... 차가울 텐데...


얼마 전부터 낮에도 엄마의 차가운 손을 잡으면 "엄마, 내 온기 다 가져가요." 하는 아이가 되었다. 그전 더 꼬꼬마 시절에는 차가운 엄마 손에 깜짝 놀라던 아가였다. 엄마가 손을 여러 번 비비고 잡아도 아이의 온기만큼 따뜻해지지 못해서 자주 깜짝 놀랐는데... 어느샌가 아이는 내 차가운 손을 잡으면 "엄마, 춥겠다." 하면서 내 손을 제 따뜻한 손으로 꽉 잡아주기 시작했다.


아기가 추워하면 엄마 외투를 벗어 아이 위에 덮였다. 손이 차가워지면 엄마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아이가 따뜻해지도록 아이의 냉기를 가져왔다.

아이 손이 얼음장같이 차가워지면 "엄마 몸에 손대고 있자!" 하면 아이는 익숙하게 엄마의 따뜻한 온기 안으로 들어온다.

혹한 바람이 몰아칠 때 아이를 안기 위해 일부터 큰 사이즈로 산 외투 안에 아이를 넣고 꼭 안고 다녔다. 작은 아기 일 때는 큰 외투 안에 아이기띠를 하고 안았고, 조금 더 컸을 때는 안거나 업어서 큰 외투 안에 안전하게 넣어 다녔다. 이젠 커서 업고 다닐 수는 없지만, 아직 엄마의 큰 외투가 여전히 아이의 바람막이가 되고, 따뜻한 은신처가 되어주고 있다.


대단한 걸 해주진 못하지만, 소소하게 아이를 사랑하는 중인데, 생각보다 빨리 아이에게 사랑을 되받는 기분이다.

차가운 발을 계속 비비며 눈은 감은 채 엄마 품에서 다시 꽃잠을 청하는 아이 덕분에 엄마의 수족냉증이 치료되는 기분이었다.

(기분만... 수족냉증은 평생 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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