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치맛바람
남편은 나를 복학생이라고 부른다. 매일 남방에 청바지같이 선머슴처럼 입고 다닌다고.
하... 나도 결혼 전까지는 원피스에 정장밖에 없었다고 옷장에...
"엄마, 오늘은 치마 입고 오세요. 엄마가 치마 입으면 예뻐."
어머? 이 조그만 친구가 지금 뭐라고 하는 거지? 예전에 어린이집 등원하면서 아이가 내게 드레스코드를 주문했다.
예쁘다는 개념이 생겼고, 엄마가 어떤 옷을 입으면 좋겠다고 요구하는 게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아이의 요구대로 하원할 때 예쁜 치마를 다리미로 다려서 입고 구두를 신고 갔더니 그날 우리는 곧장 집에 가지 않고 동네를 같이 거닐며 간식을 먹고 들어갔다. "엄마 예뻐!" 연신 엄마를 보며 웃는 아이를 보면서 치마 하나가 아이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치마, 구두 좋아한다. 지금도. 아이를 출산하고 아이 뒤를 따라다니고, 아이를 안고 돌아다니면서 치마를 입을 기회가 점점 줄어들었다.
같이 미끄럼틀을 타야 하고, 그네도 타야 했다. 바닥에 같이 앉을 때도 있고, 아이와 같이 뛰어다니다 보니 운동화에 바지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종종 예배를 드리러 갈 때 치마를 입고 가면 아이는 엄마의 옷을 매만지며 화사한 미소를 보내줬다.
아이가 좀 컸으니 치마를 다시 입을 수 있겠지? 했지만, 커보니 아니다. 더 같이 뛰어다닌다. 걷는 시간도 더 많아졌고, 어느 날은 둘이 깔깔대며 숨이 차오르게 뛰어다닌다. 자전거 뒤를 쫓아다닐 때도 운동화가 필수다.
하지만 이만큼 크니 또 다른 낭만이 생겼다. 주말이나 연휴에 같이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 만큼 자라 고나니 치마를 입고 나갈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올해는 다른 해보다 치마 입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출근은 역시 바지다. 바지의 편안함을 이미 온몸이 알아버렸으니...ㅎㅎ
남편은 나를 복학생이라고 놀리지만, 뭐 개의치 않는다.
오늘 아침 코트에 숄을 걸치고 나가니 깜짝 놀란다. "왜 이렇게 근사하게 했어? 어디 가?"
"뭘 어디가... 출근하지. 맨날 이렇게 입고 다녀. 자주 못 봐서 그런가 봐."
부츠를 신고 출근했다. 뚜벅뚜벅 씩씩하게 걸으면서.
이번 주말에는 아이와 외출할 때 좋아하는 치마를 입어야겠다. 요즘 들어 아름다운 것을 즐기는 아들을 위해 엄마도 예쁘게 단장 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