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강남에서 즐기는 자연은 이렇습니다.
엄청난 한파로 온 세상이 얼어붙은 지난주 주말, 우리는 씩씩하게 집을 나섰다.
몇 주 전 아들이 "엄마, 우리 이번 주는 우면산 산책길 가볼까? 거기로 예술의 전당까지 가보자 어때?"라고 참 반가운 제안을 해준 덕분에 한파를 헤치고 집을 나섰다.
완전 무장을 하고 아이 손을 잡고 길을 걸었다.
아이와 처음으로 우면산을 올라간 때가 5살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아가인데..
그 꼬마 손을 잡고 집에서부터 산밑까지 갔다. 중간중간 힘들어하면 업기도 하고, 간식도 먹이면서
도착한 우면산 초입에서 다시 힘을 내도록 응원하며 소망탑까지 아이 손을 잡고 올라갔다.
혼자 오르면 30분이면 충분한 산행이지만, 5살 꼬마와 함께 오른 그 길은 1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맑은 하늘과 탁 트인 전망을 보며 감탄하던 5살 꼬마는 그 후로 몇 번 더 우면산 등산을 도전했었다.
너무 이른 조기 등산이 약간의 부작용을 일으켜서, 이젠 거뜬히 갈 수 있는 체력이 되었어도 5살 때 그날이 힘들었는지 등산을 자주 함께 하진 못했는데, 다행히 무장애숲길을 조성해둔덕분에 숲길을 산책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여름, 무더위를 피해 산속의 상쾌한 여름 공기를 흠뻑 마셨던 아이는 부담 없이 산을 즐겼다.
그리고 오랜만에 요청한 산길 산책.
아이와 장갑 낀 손을 꼭 잡고 산 초입까지 가는데, 씩씩하게 잘 걷는 아이를 보며
참 많이 컸다는 게 대견해졌다.
산책로를 씩씩하게 걸으며 꽁꽁 얼어붙은 산속 샘물도 보고, 새소리도 들으며 아이는 신나게 겨울을 즐겼다.
"공기 정말 상쾌하다! 엄마 산에 자주 오자!"
"엄마는 주말마다 울 아들이랑 이렇게 산에 오고 싶은데, 어때? 해볼래?"
"좋지~ 우와, 진짜 산속은 참 좋다. 역시 오길 잘했어!"
답지 않은 너스레와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감탄사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우리 아들 몇 살이니? ㅋㅋ 이러다가 뜨끈한 국물 먹고 "어후~ 시원~하다, 하겠네 ㅋㅋ"
추위는 굉장했지만, 아이와 함께 산책길을 온전히 즐겼다. 예술의 전당에 도착했을 때 우리 둘 다 볼이 빨갛게 얼었지만, 따뜻한 공간에서 전시회도 즐겼다.
강남의 한복판에서도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기회와 여건이 있다는 건 참 감사하다.
돌아오는 주말에도 함께 산에 오를 수 있게 잘 설득해 봐야겠다.